올인 이어 다모, 대장금 신드롬
2003 올해의 드라마 결산 - "한상궁 살리기 운동" 인기 큰 영향
 
유동훈 기자

올 한해 공중파 3사 TV는 "드라마 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 정도로 드라마 열풍이 거셌다. 상반기에는 <올인>이 시청자들을 휘어잡더니 하반기에는 <다모> <대장금>으로 대표되는 사극 바람이 브라운관을 가득채웠다.

드라마 열풍은 예전과 같이 인기라는 측면에서 그치지 않고 각종 신드롬까지 만들어 내기에 이를렀다. "다모 폐인", "옥고 신드롬" 등 문화적인 면에서까지 영향을 미쳤다. 2003년 올 해의 드라마를 정리해 본다.

다모, 대장금... 끝없는 드라마 신드롬

드라마 열풍에 있어 가장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다모>였다. <다모>는 "다모 폐인"이라는 수많은 매니아층을 만들어 내며 방송계 전체에 충격을 주었다.

특히 20%대의 그리 높지 않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다른 인기 드라마보다 더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올 해의 아이콘으로 불릴만한 성과를 올렸다.

<다모>의 성공 원인은 드라마 자체의 신선함이었다. 이전의 사극들과 비교할 때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상상력을 밑바땅에 깔며 수많은 폐인들을 열광하게 했다.

낯선 액션과 화려한 영상 등은 단연 돋보였고, "아프냐? 나도 아프다" 등 적지 않은 유행어들을 만들어냈다. 한동안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다모의 "하오체" 말투가 유행하기도 했다.

다모와 함께 사극 열풍을 일으켰던 <대장금>은 실망스런 정치판을 외면하던 국민들에게 하나의 위안거리로 작용했다. 밤 10시만 되면 대다수의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으며 올 한 해 최고의 드라마로 부상했다.

특히 극중 한상궁의 신여성 리더쉽은 사회 전체에 그 여파를 미칠 정도로 파워가 대단했다. 궁중 음식은 새로운 볼거리로 작용하기도 했다.

상반기 <혼전 동거>를 수면 위로 끄집어 냈던 <옥탑방 고양이>는 신세대 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였다.

비록 내용상으로는 러브스토리에만 치우쳐 혼전 동거에 대해 깊게 다루지는 못했지만, 이런 소재를 다뤘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논란을 몰고 왔다. 혼전 동거가 하나의 문화적 키워드로 자리잡은 2003년이었다.

주인공을 살려? 죽여?

하반기 방영된 <완전한 사랑> <로즈마리> 등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최루성 멜로물이었다. <완전한 사랑>에서는 불치병에 걸린 아내(김희애)를 극진히 돌보던 남편(차인표)이 아내가 죽자 갑자기 뇌출혈을 일으켜 결국 둘 다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을 보였다. <로즈마리> 역시 결국은 아내(유호정)가 세상을 떠난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올 한 해 드라마를 보면 상당수가 주인공들을 죽음으로 이끌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완전한 사랑>, <로즈마리> 이외에도 높은 시청률을 보인 <노란 손수건> <아내> 등도 결말은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의 이목을 쉽게 끌 수 있어 시청률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점에서 멜로물의 가장 전형적인 흥행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대장금> 역시 한상궁(양미경)의 죽음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배로 증폭됐다. 한동안 MBC 게시판에는 "한상궁 살리기 운동"이 조직적으로 전개되는 등 결과적으로 <대장금> 인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천국의 계단> 역시 주인공 최지우가 머지 않아 "안암"으로 죽는다는 설정이 잡혀 있다. 올 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드라마에 죽는 주인공이 적지 않게 나올 것임을 보여준다.

최고의 드라마? 최악의 드라마?

<다모>는 인기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다모는 "퓨전 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데다, 사전 제작이라는 과감한 방식을 도입해 모범이 됐다.

물론 방영중에 극 후반부 촬영이 이루어지는 등 엄밀한 의미의 사전 제작이라 할 수는 없지만, 촬영 당일에 대본이 나오던 그간 한국 드라마 제작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칭찬할 만한 성과였다.

하반기 3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대장금>의 높은 벽을 조금씩 허물어가고 있는 <천국의 계단>은 그 내용면에서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주된 설정이 새 엄마와 그의 못된 딸, 학대, 삼각관계, 의붓오빠와의 사랑, 재벌가 아들, 교통사고, 기억상실증 등 그간 드라마에서 나왔던 상당수의 스토리를 짜갑기한 느낌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저 화려한 톱스타만을 전면에 내세워 인기를 끄는데 성공한 듯한 모습이다.

기사입력: 2003/12/27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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