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서투른 열정 담았다"
유하 감독 새영화
 
심미정 기자



"압구정에서 말죽거리까지 오는데 꼭 10년이 걸렸습니다."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유하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감독 유하 제작 싸이더스)가 오는 16일 개봉을 앞두고 6일 오후 서울극장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이날 시사회에는 최근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권상우와 한가인, 이정진 등을 취재하러 온 100여명의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말죽거리…"는 "결혼은 미친짓이다"로 화제를 모았던 유하 감독의 새 영화로, 93년 "바람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야한다"(1993년)로 데뷔한 이후 세 번째 작품이다.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유 감독은 "압구정에서 말죽거리까지 오는데 10년이 걸렸네요"라며 감회에 겨운 듯 재치있는 무대인사를 전했다.

70년대 학교를 배경으로 한 "말죽거리 잔혹사"는 유신정권 시절 경직될 수밖에 없었던 학교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춘기 고교생들의 이야기.

영화속 교실은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 이소룡에 대한 막연한 동경, 세력 과시용 주먹다짐, 포르노 테잎에 즐거워 하고, 수업시간 떠들다가 선생님에게 혼쭐나는 평범한 학생들의 일상을 담은 듯 하지만 군사정권 시절 억압된 70년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베여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괴뢰군"으로 불리는 군복차림의 학생주임, 이유불문하고 눈에 거슬리면 무조건 매부터 들이대는 폭력교사, 부모의 직업에 따른 차별대우를 일삼는 저질교사 등이 당연시 교단에 섰던 우리나라 70년대의 학교모습을 재현해 놓고 있어 씁쓸한 향수가 전해진다. 그 속에서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압당하고, 핍박받아야 했던 사춘기 학생들의 심정은 70년대나 2000년대나 특별히 달라져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영화 속 권상우가 연기한 현수라는 평범한 인물이 "대한민국 학교 ×같다"를 절규하며 학교를 박차고 나오는 장면은 통쾌하면서도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유 감독은 "학교 비판용 영화는 아니다"고 단언하며 "과거나 지금이나 청춘이라는 시절이 똑같이 가진 열정의 서투름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유난히 학교에서 결투하는 장면이 많고, 현실감이 있다. 다른 영화들처럼 멋있게 포장하기 보다는 실제 학생들이 싸우는 것처럼 리얼하게 표현하는데 치중했기 때문에 배우들의 고생도 만만찮았다.

결말부분에서 선도부 학생과 대결투를 벌인 권상우는 "감정을 갖고 싸워야 하는 씬이였고, 스턴트 없이 연기하다 보니 온몸에 상처 투성이다"며 "그러나 앞으로 이 상처들을 보며 "말죽거리"를 회상할 것 같다"며 뿌듯해 했다.

한편 "말죽거리 잔혹사"는 "빙우" "내사랑 싸가지" "안녕, 유에프오" 등 우리영화 3편과 동시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배우들과 감독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어 흥행여부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영시간000분, 1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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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1/06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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