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애인, 그 남자를 빼앗고 싶다!
<욕망(欲望); desire>-부부가 한 남자를 동시에 탐닉하다
 
김기영 기자



어느 날, 외도하는 남편의 뒤를 밟았다.

그는 낯선 청년과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 대신 남편의 애인을 빼앗고 싶다는 견딜 수 없는 욕망을 느꼈다.

그로부터 한 청년과 부부의 기이한 불륜은 시작된다.

아내는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게 된다. 놀라운 건 남편의 애인이 남자라는 사실이었다.

분노와 질투에 사로잡힌 아내는 남편의 남자를 뒤쫓다가 폭언을 퍼붓는 대신 도리어 그와 격렬한 섹스를 나눈다.

남편의 남자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그리움과 질투심에 그의 아내를 쫓아다닌다.

<욕망>은 아내와 남편, 남편의 동성애인의 "기이한 불륜"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그린 영화이다. 남편의 불륜 상대가 남자임을 알았을 때 아내는 분노와 질투의 감정을 느끼나 이내 그것은 집착과 사랑으로 변질되어 간다.

남편의 남자 역시, 남편의 아내를 호기심과 질투의 감정으로 바라보다가 그녀에게 빠져든다.

남편은 자신의 과거 애인이었던 남자와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되고 그녀를 모욕하고 비웃는다.

극단적이고 기이한 불륜의 관계 속에서 일탈을 꿈꾸는 세 사람의 욕망은 그러나 해방의 키를 손에 쥐기는커녕 오히려 외로움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지러진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욕망>은 그들의 이성애적, 동성애적, 또는 양성애적 관계에서 드러나는 섹스와 사랑과 질투와 집착의 엉킴을 통해 더욱 그 실체를 드러내는 맨 얼굴의 "욕망"을 정교하고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욕망>은 그들의 성적태생과 관계를 넘어서 예측할 수 없이 치닫는 개개인의 일그러진 "욕망"을 냉정하게 그려내 보임으로써 우아하지만 우울한, 세련되지만 참담한 우리 현대인의 초상을 목도하게 한다.

그것이 영화 <욕망>의 새로움이다. 최근 한국영화시장은 한국영화 점유율의 상승으로 형성된 낙관적 기류에도 불구하고, 상업성 강한 영화중심의 와이드 릴리즈라는 획일적인 배급방식으로 편중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배급에서의 우위를 확보할 수 없는 작가주의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들은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채 그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2003년 한해에도 <선택>, <영매>, <여섯개의 시선> 등의 영화들이 대규모 배급을 내세운 영화들과의 경쟁에서 극장과 관객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이다.

명필름은 이같은 시장환경 속에서 영화 <욕망>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동시개봉을 시도한다.

이는 예술영화 상영관 중심의 소규모 극장배급과 더불어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배급채널을 과감히 도입하여 작가주의 예술영화들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열겠다는 제작사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욕망>의 배급방식은 예술영화 전용관을 활용한 영화들의 소규모 개봉이나 극장상영 종료 후의 온라인 상영과는 달리 영화의 전편을 극장과 동시에 온라인 상영관에서 동시에 공개하는 것으로 한국영화로는 최초의 시도이다.

또한 명필름은 HD 디지털로 촬영된 영화인 <욕망>에 가장 부합하는 "디지털 상영방식" 역시 추진하고 있다. 35mm필름으로 촬영된 영화와는 다른 HD 디지털만의 고화질과 선명도를 본래의 모습 그대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비록 국내 극장 시설의 한계로 인해서 HD 영사기에 의한 상영은 힘들지만, HD 디지털로 촬영한 영화를 "디지털" 방식 그대로 상영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또다른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0년 <와이키키 브라더스>(감독 임순례, 제작 명필름)가 조기종영의 위기에서 관객들의 지지에 힘입어 극장 대관 상영을 단행한 이후, <욕망>의 새로운 배급방식은 한국영화의 다양성 확보와 작가주의영화 등 비주류영화들의 활로 모색에 있어 또다른 시도이며 도전이다.

특히 극장수익에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영화 대부분의 획일적 수익구조에서 "온라인"을 통한 수익채널의 다양화 또한 꾀하고 있다.<욕망>은 현존하는 HD카메라 중에서 가장 필름과 흡사한 영상을 표현할 수 있는 "CineAlta HDW-F900"카메라와 "Fujinon HD Cine"렌즈를 사용하여 촬영됐다.

HD디지털 영화 작업의 가장 큰 장점은 러시필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촬영장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즉각적으로 촬영과 조명, 미술, 배우들의 연기까지 확인하고 점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 소스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욕망>은 특히 조명과 미술 등에 있어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는데, 특히 조명의 경우에는 필름 카메라보다 심도가 낮은 HD카메라의 특성 때문에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조도를 조절하는 등의 각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촬영 소스를 별도의 HD 테이프에 저장하는 방식인 HD디지털카메라는 약 52분 정도의 긴 분량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 제한에 대한 부담이 없어 배우들의 연기나 장면의 호흡을 끊지 않고 촬영을 진행할 수 있다.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인정받은 완성도

<욕망>은 국내 개봉 전에 로까르노, 토론토, 하와이, 함부르그, 부에노스 아이레스, 모스크바, 싱가포르, 부산국제영화제 등 8개에 달하는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을 정도로 이미 해외에서는 작품성과 완성도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인물의 심리를 반영하는 유려한 영상과 조명, 미술이 돋보이는 영화 <욕망>은 해외 평론가들에게 "인간의 심리를 빈틈없이 디자인된 영상으로 표현한 영화", "뛰어난 색감의 사용과 고도로 절제된 영상을 보여준 HD영화의 성공적인 데뷔전", "결코 순탄해 질 수 없는 "욕망"의 지형도를 가진 인상적이고, 도전적인 이야기로 인물들의 고통과 위선을 신랄하고 자극적으로 그린 영화" 등의 찬사를 받았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색을 보여주는 헌팅이 아닌, 이곳이 서울인지 아니면 다른 이국의 도시인지 모를 듯한 장소들만 의도적으로 골랐던 <욕망>은 죽은 듯한 황량한 도시의 풍경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미학적인 영상으로 담아냈다.

이와는 반대로 탐미적인 조명과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실내 공간은 황량한 실외공간과 대조되면서 건조하고 메마른 현대사회의 단면을 더욱 강조해준다.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욕망>은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미학적 완성도를 지닌 영화로 관객들을 찾을 것이다.
기사입력: 2004/01/21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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