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이 9집 "Ninth Reply"으로 돌아왔다
발렌타인데이 14일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
 
고영제 기자
신승훈이 돌아왔다. 2년여의 준비 끝에 정규 앨범으로는 9번째로 발표하는 이번 앨범 "Ninth Reply"은 "East side story"라는 프롤로그에서부터 그 무게가 예사롭지 않다.

동양의 음악을 보여준다는 의미 못지않게, 9집은 신승훈 개인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앨범이다. 2002년 Special 앨범 "The Legend"로 12년 음악 인생에 "제1장"이라는 단락을 지은 이후, 뮤지션으로써 "제2장"의 서막을 여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따끈따끈한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르자 28인조 오케스트라와 동양악기의 절묘한 조화의 가히 환상적인 "Prologue"가 흘러나온다.

이미 2004년의 "East side story"는 신승훈 Sincerity의 극치를 연주하고 있다. 밝은 조명은 낮추고 밑줄을 그리던 책도 접어두고 이제 그가 준비해 온 아홉 번째 답장에 귀를 기울여보자.

신승훈의 9집 앨범에는 총 15곡이 담겨져 있다. 우리가 신승훈의 목소리로 듣고 싶은 슬픈 발라드는 물론, 라틴 댄스, 모던 락, 뮤지컬, 어쿠스틱, 스윙, 국악 퓨전 등, 15곡이라는 곡수만큼이나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우선 신예 작곡가 박근태와 공동으로 참여한 곡이 눈길을 끈다. 9집의 타이틀곡이기도 한 <그런 날이 오겠죠> 라는 제목의 이 곡은 그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기저에 놓고 창법과 멜로디에 변화를 주어 신승훈식 발라드의 과감한 허물벗기에 성공한 걸작이다.

신승훈의 발라드를 가만히 들어보면 때로는 상처받은 슬픔을 더욱 처절한 아픔에 빠트리는가 하면 때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시켜 주기도 한다. 바로 Minor와 Major 발라드의 차이인데 <두 번 헤어지는 일>이라는 신곡에서는 "그대가 아닌 내가 먼저 떠난다"는 애틋한 마음을 이 두 가지 감성의 배합으로 호소력 짙게 담아냈다.

Hun"s Ballad가 불패신화를 이루는 데는 숨은 이유가 있다. 신승훈의 앨범에는 앨범마다 서너 곡 이상씩 가요차트 1, 2위를 기록하면서도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승훈 음악 팬들만의 좋아하는 곡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쉬운 이별"이나 "오랜 이별 뒤에" 따위다.

9집 앨범에서는 <어쩌죠>와 <그댈 잊는다는 게>라는 두 곡이 그 역할을 맡았다. 잔잔하면서도 슬픈 신승훈 특유의 멜로디와 가사로 팬들의 가슴 속에서 그들만의 신승훈 코드로 각인될 <어쩌죠>, 4중주와 EP, 클래식 기타의 Acoustic에 28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슬픈 사랑"의 아픔을 눈물로 흠뻑 어루만져 줄 <그댈 잊는다는 게>는 9집에서 전형적인 "Hun"s Ballad"의 맥을 잇는다.그의 이번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키워드는 "국악"이다. 이미 각계에서 다양한 퓨전 문화가 일어나고는 있지만 가장 한국적인 소리를 서양문화에 뿌리를 둔 발라드에 담아냈다는 것은 과연 실험적이라고 할만하다.

<애심가(哀心歌)> 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한국"의 색깔이 담긴 음악을 보여주어야겠다는 "국민가수"다운 숙원을 근 4년여 동안의 노력 끝에 이루어 낸 장대한 스케일의 "Oriental music"이다.

섬세한 가야금의 현음과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신승훈의 천혜의 목소리와 앙상블을 이루는 동안 음악은 전혀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예고한다.

앨범을 훑어 내려가다 보면 익숙한 제목 하나를 지나칠 수 없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이 곡은 그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영감을 얻어 쓴 곡으로, 뮤지컬 "King & I"에서 애나 역을 맡았던 미모의 배우 김선경과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었다.

이 곡은 신승훈이 처음으로 "뮤지컬 음악"에 대한 도전을 시도한 것이기도 한 만큼 그 전주부터 거대한 뮤지컬 무대에 와 있는 듯 한 착각에 사로잡힐 만큼 매력적인 곡이다. 뮤지컬에 버금가는 그의 "공연"에 대한 애착은 이번 앨범에서도 역력하게 나타난다.

언제부터인가 "라이브 콘서트"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그냥 들으면 어려울 수도 있지만, 공연장에서 만큼은 다른 어떤 곡보다도 빛을 발할 것"이라는 콘서트를 위한 곡을 앨범마다 담고 있다.

9집에서는 <네 멋대로 해라>와 <그녀와 마지막 춤을> 이라는 두 곡이 이른바 "콘서트를 위한" 노래다. <네 멋대로 해라>는 지난 8집 앨범에서 신승훈 콘서트 마니아들에게 절대적인 호응을 얻었던 "비상"이란 곡의 연장으로 이번 "2004 전국 투어 콘서트"를 단단히 벼르고 있는 곡이다.

특히 재미있으면서도 관객과의 교감을 염두에 둔 가사와 모던 락의 강렬한 비트로 콘서트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신승훈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보여 줄 것이다.

리얼 브라스와 모든 연주를 어쿠스틱으로 보여줌으로써 라틴의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그녀와 마지막 춤을>이라는 노래는 10여년 통산 700여회의 콘서트마다 전회매진 사례를 기록해온 신승훈이 역시 "콘서트 마니아들"을 위해 준비한 또 하나의 카드이다.

보사노바에 라틴 풍의 멜로디를 입혀 만든 , 하우스 리듬을 접목시킨 <게으름뱅이의 어느 날 아침>, 브라스 섹션으로 시작되어 하우스 풍의 강렬한 코러스가 들어간 <사랑해도 되나요> 는 경쾌한 느낌으로 봄, 여름 사랑에 빠지기 쉬운 연인들의 감성을 톡톡히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9집 앨범을 특징지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Reality"이다. 앨범 전체적으로 Computer sampling보다는 실제 연주를 통해 Acoustic한 분위기를 살리는데 비중을 두었다.

상큼한 멜로디에 Mate trumpet과 Ukulele 라는 기타의 선율이 흘러 한편의 CF에 어울릴 법한 , 80년대 팝을 듣는 듯한 Medium dance로 Real brass와 Acoustic을 강조한 <그게 바로 사랑이죠>는 Reality로 앨범의 Quality를 높인 대표적인 노래다.

신승훈은 9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곡을 마지막 트랙으로 실었다. <애이불비(哀而不悲) Ⅱ> 가 바로 그것. 이 곡은 "신승훈 발라드’의 변함없는 테마로써 "슬프지만 울지 않는다"는 김소월 시인의 사상을 8집에 수록되었던 "애이불비"에 이어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준다.

사물놀이 연주가 흐르는 간주와 해금과 대금의 한 맺힌 선율이 절절하게 녹아있는 후렴부는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에 거듭 혀를 내두르게 한다.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공들인 이 노래는 앨범의 대미를 장식함으로써 가수로써 뿐만이 아니라 프로듀서 "신승훈"으로써 이번 앨범에 쏟은 그의 노력이 그야말로 얼마나 각고면려(刻苦勉勵)한 것이었는지 충분히 보여줄 것이다.

14년째 접어드는 음악인생에서 그는 이제 총 9장의 앨범을 갖게 되었다. 앨범마다 평균 1년 반에서 2년의 공백이 있었던 것이다.

6개월만 공백이 있어도 오랜만이라는 인사를 듣고 대대적인 컴백무대를 갖는 것이 일반적인 가요계 판도에 비춰볼 때 그는 오히려 이런 흐름을 역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의 긴 공백은 대다수의 "No"라고 쓴 검은 팻말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Yes"라고 쓴 흰 팻말 같다.

단 한곡이라도 "성에 찰 때까지" 기다린다는 그의 장인정신은 "No"의 홍수 속에서 불황에 빠진 국내 가요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Yes"이고 아시아 전역에 "한류 열풍"을 굳히는 표본이 될 것이다.

신승훈의 9집 앨범은 15곡 수록이라는 이례적인 양적 증가뿐만이 아니라 기존 음악에의 분명한 고집, 다양한 장르 섭렵과 국악 접목 등 실험정신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은 질적 탄탄함이 그 소장가치에 단단히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가장 한국적인 음악"으로 아시아, 나아가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다지려는 포부는

기사입력: 2004/02/12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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