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모른다! <셧 업(shut-up)>
할일 많은 킬러가 할말 많은 좀도둑을 만났을 때…
 
김기영 기자

과묵한 킬러와 수다쟁이 좀도둑의 버디 코믹 액션!

한쪽은 액션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고픈 과묵한 킬러. 하지만 다른 한쪽은 쉴새 없이 떠들어 대야만 직성이 풀리는 수다쟁이 좀도둑이다. 둘이 만난 곳은 다름 아닌 감옥 안. 침묵을 고집하는 킬러의 입을 열게 하려고 그의 감방에 수다쟁이 좀도둑을 집어 넣는데 오히려 이들이 기발하게 의기투합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영화 <셧업>은 판이하게 다른 두 캐릭터를 앞세운 ‘버디 코믹 액션’. 장 르노와 제라르 드빠르디유라는, 프랑스의 양대 국민배우를 주연으로 앉혀 질펀한 웃음의 성찬을 차려냈다. 어쩌면 <레옹>의 운나쁜(?) 후일담인 듯. 이번에 장 르노는 당돌한 소녀 대신 말많은 좀도둑을 파트너로 대동한 셈이다.

할일 많은 킬러,
할말 많은 좀도둑과 골치 아프게 엮였다!

은행을 털다가 어이 없게 경찰에 붙잡힌 좀도둑 ‘퀀틴’. 어딘가 어리숙해 뵈는 이 사내는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쏟아내는 사고뭉치 수다쟁이다. 감방 동료들을 상대로 거침 없이 수다를 떨던 퀀틴은 번번히 사고를 치며 이리저리 감방만 옮겨 다니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다.

그런 퀀틴 앞에 나타난 ‘루비’. 동업자에게 애인을 잃고 그들의 돈을 강탈하던 중 감옥에 붙들려온, 현역 킬러다. 이 과묵한 킬러는 가뜩이나 말이 없는 터에 작심하고 감옥 안에서 침묵으로 일관한다. 문제는 퀀틴이 제멋대로 루비를 친구로 점찍었다는 사실. 퀀틴은 루비에게 밖에 나가서 ‘두 친구’란 카페를 함께 열자고 제안한다.

애인의 죽음에 대한 복수와 숨겨놓은 돈을 되찾기 위해 탈옥을 시도하는 루비. 하지만 자신을 졸졸 따라 다니며 떠들어 대는 퀀틴 때문에 일이 뜻대로 잘 풀릴 턱이 없다. 하지만 퀀틴의 기발한 작전으로 둘은 함께 탈옥하는 데 성공한다. 이제 경찰과 갱단의 추적을 동시에 받게 된 루비와 퀀틴. 과묵한 킬러와 떠벌이 좀도둑의 여정이 결코 순탄할 리 없는데…

명배우들이 총출연한 초호화 캐스팅!
장 르노와 제라르 드빠르디유는 프랑스의 양대 국민배우들. 우리 영화계와 비교한다면 안성기나 송강호 쯤 되는, 프랑스에서는 아직도 흥행면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대배우들이다. <셧업>은 이참에 두 국민배우를 한꺼번에 스크린 위로 호명해냈다. 그것 뿐 아니다. 이들의 서포터를 자청한 조연들의 면면도 훌륭하다. 앙드레 뒤솔리에와 리차드 베리는,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통하는 배우들. <셧업>은 프랑스가 사랑해 마지 않는 재능과 관록의 배우들을 총출연시켜 스크린의 어느 한 자락 빈 곳이 없을 정도로 파워풀한 코믹 연기의 스펙터클을 펼쳐 보인다.

4백만 관객이 관람한 흥행 대작!
<셧업>이 프랑스에서 개봉한 것이 지난해 10월 22일. 당시 박스오피스에서 맹위를 떨치던 <아메리칸 파이 웨딩>과 <나쁜 녀석들2> 등의 할리우드 흥행작들을 가볍게 누른 <셧업>은 개봉 주말에만 무려 9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내친김에 한주 더 1위를 고수한 <셧업>은 올해까지 롱런하면서 총관객 40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영화에 보내준 프랑스 관객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열광 그 자체. 극장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영화의 재미를 확인하려는 관객들로 극장은 장사진을 이루었다. 성공의 주역은 역시나 장 르노와 제라르 드빠르디유를 짝패로 묶은 초호화 캐스팅. 하지만 빼어난 재미를 담보하지 못했다면 그와 같은 대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웃음 뿐 아니라 뭉클한 감동까지!
불협화음의 짝패는 스크린이 자주 애착해온 소재. <셧업>도 얼마간 그런 친숙한 소재로 이야기를 부풀린다. 간극진 캐릭터 때문에 발생하는 코믹한 에피소드들. 하지만 <셧업>은 웃음을 선사함과 동시에 코끝이 시큰해지는 뜻밖의 감동도 선사한다. 퀀틴이 루비를 향해 보내는 우정은 때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선뜻 내주는 것이 망설여지는 요즘, 그리고 배반이 어지러히 널린 지금 사회에서 퀀틴은 우정이란 모름지기 어떠해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실천해 보인다. <셧업>의 이런 휴머니즘은, 결국 관객들에게서 ‘감동이었어’라는 고백을 듣게 될 것이다.
기사입력: 2004/03/12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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