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딸이 없어요......그래서 슬퍼..
 
최양현 기자

오늘 아침 늦잠을 자려는데 친정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배추김치 30포기 사서 절여놨으니 와서 담아서 가져가란다.
아들이 시험 준비를 할때라서 망설이다 못간다고 하고
남편만 보내려고 했더니..........

다시 울린 벨소리에 친정엄마 잔뜩 화난 목소리로
"넌 맨날 바쁘고 맨날 비상이냐........"
몹시 서운하셨나보다.

올 추석에도 시어머니 첫제사하고 추석차례준비하느라
몸살이나서 남편만 아들과 다녀왔더니.....이긍...
불호령에 도착하였더니........

*^_^* 웃는 낯으로 어찌나 반가와 하시는지.......
이긍 딸이라고 맨날 효도도 못하고 바쁜다는 나를 챙기시느라
당뇨병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올해도 아파트 옥상에서
빨간 고추말려 이쁘게 곱게 빻아서 보내신 엄마시다.

하지만 그런 정성도 아랑곳하고 난 맨날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한번 못드리고 가끔식 가는
친정집 나들이 새로 시집보내는 딸마냥 매번 한 살림씩
차에 싣고 오기 일쑤이다.

그래서 늘 딸이라서 죄송스러웠다
그리고 나 같은 딸 키울까봐 없는 딸 부럽지 않았다고 할까?

그런데 오늘은 딸이 없어서 심각해졌다.

김치를 엄마와 언니하고 친정고모 이렇게 넷이서
김장 아닌 김장을 하고 한포기라도 더 가져가게 내 김치통에
꾸역꾸역 담아주시는 엄마..........

모두 정리한후 언니가 "이제 우리모두 목욕탕갑시다"
요즘 말이 목욕탕이지 동네에서 몇발자국만 나가면
어느 온천 못지않게 모두 맥반석, 게류마늄,황토방....
등 몸에 좋다는 말은 다 써놓은 정말로 말만들어도
몸의 온갖 병이 다 나을듯한 목욕탕? 들이 곳곳에 있다

두 노인네를 모시고 목욕탕에가서 새삼 노인네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 한구석에서 뜨거움이 솟는것을 느꼈다

겉차림에서 보았던 엄마, 고모님............
뿌옇게 흐린 탕속이어서 더 그랬을까?
이제는 당신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야말로 노인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그런 모습으로 변해 있음을.......

한때는 지금의 나의 모습이 엄마의 모습으로 남아
한없이 작아보였던 나와의 모습이 이제는 내가 그자리에
남아 또 다른 모습으로 저만치 서 계신 엄마를 보니........

또 칭찬은 아니지만 항상 효녀라고 소문날 정도인 언니가
두 노인네에게 웃음 섞인 농담과 이곳 저곳 몸에 좋다는 곳은
다 모시고 다니면서 마치 어린아이 돌보듯이 정성을 쏟는
언니의 모습에서 울컷 눈물이 나왔다.

딸과 친정엄마의 정겨움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그야말로
부모와 자식의 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딸이기에 노인이된 엄마에게 재롱섞인 말투로 웃겨도 보고
안쓰런 맘으로 바라보며 목욕탕안에서 즐거움을 표할수 있는것인가

아~~
딸 만이 할수있는 건가?

한때는 나도 시어머님과 몇번의 온천나들이를 했던 생각을
떠올리면서 살아생전 과연 몇번이나 시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등을 밀어주는 정겨움이 있었는가?
그래도 고모님은 날 보고 너 정도면 시어머님께 잘한거야라고
몇마디 하셨지만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이정도 나이를 들고보니 주변에서 항상 계셨던 분들이
한 두분 사라지는 일이 생기게 되고 다시 뵐수 없는 그 분들이
그리워진다.

딸이든 며느리든 계실때 잘하라는 말이 새삼 가슴 깊은곳에
머무는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정말로 나에게 아들만 둘인것이 왜 그리 서운한지?
지금 딸만들려고 노력할 수도 없고
그저 딸부자집만 바라보면서 부러워해야할려나 보다

하긴 딸도 언니 같은 딸이어야 좋겠지
나같은 딸은 효도도 못하는 딸이니....... 슬포라...

오늘의 구호

효도 합시다 !!!!

기사입력: 2003/12/06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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