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약사직 인기 상종가
처방수 급증...약사 절대 부족
 
주디 하트만 특파원

더구나 고용계약 내용이 20대 중반의 무디로서는 지극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어떤 회사에서는 스포츠선수들이 받는 것처럼 여섯자리 숫자의 계약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가 하면 또 다른 회사에서는 초봉 7만5천달러에 BMW 승용차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부양해야할 가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까운 시기에 결혼할 생각도 없었던 무디에게는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돈과 혜택이었다.

그녀의 전공을 무엇이었을까. 지난 10년간 미국의 경제호황을 이끌었던 정보 통신 계통의 학과를 졸업했을까. 지금은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닷컴기업과 관련된 인터넷 공부를 한 것일까. 컴퓨터 엔지니어? 시스템 애널리스트? 소프트웨어 전문가?

그녀가 공부한 것은 약학이었다. 무디는 인류가 수천년 동안 질병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체계화한 학문, 바로 약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후 약사 자격증을 취득했던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약대를 졸업한 약사들의 줏가는 일반인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다. 직업전문가들도 실제 이같은 약사들의 높은 연봉과 처우를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 미국의 약학대학을 나오는 졸업생들은 대부분 소매약국(retail pharmacy)에 취직을 하려고 한다. 과거 한때는 제약회사와 규모가 큰 약국 체인 또는 병원 등에 취직하는 것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실질적으로 돈과 여유를 찾는 쪽으로 많이 변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소매약국에 취직하게 되면 봉급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소매약국에서는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면허를 갖고 있는 젊은 약사에게 초봉으로 평균 7만5천달러를 지급한다.

다른 학과나 전공을 한 졸업생들과 비교할 때 이러한 연봉규모는 최상급에 속하는 것이다. 특히 신규로 채용되는 약사 중 상당수가 20대 중반의 젊은 여성들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같은 급여액은 한마디로 짭짤하기 그지 없다.

봉급만 좋은 것이 아니다. 상당수 약국에서는 좋은 차에다 결코 적지 않은 계약금(고용계약을 수년 단위로 맺기 때문에) 그리고 심지어는 대학 다닐 때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아썼던 학자금 상환을 약국이 책임진다는 내용까지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 소매약국 뿐 아니라 제약회사를 들어간다고 해도 장기적 안목으로 대우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큰 제약회사에 취직할 경우 첫해 연봉이 67,000달러에서 72,000달러 정도인데 특히 10년, 20년, 30년 이상 근속할 경우 나이가 들어 퇴직한 후 매달 적지 않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대단히 훌륭한 연금혜택 등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왜 약사들이 이처럼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을까? 이유는 단 한가지, 약을 조제하는 처방수는 급증하는데 불구하고 약사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부 병원들에서는 약사가 부족해 원내 제약부서의 약사자리를 몇달씩 공석으로 비워두는 경우도 있다. 또한 대도시 지역의 일반 약국에서는 약사가 충분치 못해 환자들의 처방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할 정도다.

더구나 지난해 버지니아에서 5살된 어린이가 잘못 처방된 약을 먹고 사망하는 사건이 난 후에 약사들이 일정시간 일하는 것도 금기시되고 있다. 사건을 조사한 수사당국이 약사부족으로 한명의 의사가 장시간 일을 하다가 잘못된 약을 만들었다는 최종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약사 기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는 우선 전체 약 조제 건수 자체가 급증했다는 것을 들고 있다.

지난 1992년 한해동안 미국 전체 약 처방수 곧 약사가 환자를 위해 약을 조제한 건수는 19억건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인 2000년 조제건수는 무려 31억건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3년후인 2004년에는 조제건수가 40억건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불과 10여년 사이에 조제건수가 2배 이상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조제 건수가 늘어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미국의 전체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 그리고 이와 함께 수명연장으로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약에 대한 절대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미국경제가 발전하고 전체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옛날에는 약 안먹고 참아도 될 것을 경미한 질병과 고통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약을 찾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러한 인구학적 변화와 의료환경의 변화는 곧바로 병원과 약국에서의 약조제건수를 늘어나게 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제약업계의 국제경쟁력이 강력해지고 신약개발이 확대됨으로써 미국의 대소 제약업계, 건강식품 생산회사 등을 중심으로 약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최근 약대 졸업생들이 직장을 골라서 가야만 할 정도로 수요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이 조제건수와 제약회사의 약사수요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약사들 숫자는 답보상태를 면치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미국에는 현재 현재 82개의 약학대학이 있다. 지난 1980년 이들 약학대학에 재학중인 학
기사입력: 2003/12/21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