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먼저 해 뜨는 곳
간절곶 - 깊은 바다의 자궁에서 태어난 붉은 햇덩어리
 
이명화 기자

새벽 5시 40분, 아직 깨어나지 않은 도심을 벗어나 간절곶이 있는 곳을 향해 차는 달렸다. 이른 새벽의 도로는 비교적 한산했다. 짙은 어둠 속에서도 사람들이 모여사는 불빛들이 점점이 빛을 내고 있었다. 새벽 거리는 한적하고 고요했다.

검은 어둠에 깊이 침잠해 있는 산들은 무거운 잠에 빠져있는 듯, 멀리, 혹은 가까운 곳에서 검은 실루엣만 보이며 엎드려 있었다. 얼마만인가. 다시 간절곶을 찾아가는 것이.

어둠 속에서 사람 모여 사는 불빛이 이따금 보일뿐, 도로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표정으로 고요한 가운데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가끔, 도로 표지판이나 신호등이 앞에 나타났다가 뒤로 사라지곤 했다.

나아갈수록 길은 길을 내고 있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길을 달리는 것이 마치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이제는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 곳이 나왔다. 더욱 짙은 어둠으로 깊게 물든 새벽이었다. 가로등조차 없는 그 길에는 새벽의 어둠을 가장 실감케 하는 곳이었다. 동트기 전 어둠이 가장 깊다는 말이 실감났다.

붉은 햇덩어리가 태어나기 위해 어둠 속에서 진통의 시간을 겪고 있는 시간이었다. 진통의 절정을 지나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깜깜한 어둠 속을 달리다 보니 잠시 길을 잃었나 보다. 낯선 길 위에 있는 것을 알았다.

잠시 차를 세우고 손전등으로 지도를 펴보았다. 이미 차는 간절곶을 3킬로미터정도 지나 있었다. 차를 돌렸다. 아까 어둠 속에서 간절곶 등대가 비추는 하얀 불빛을 본 듯 한데 어느새 지나쳐 버린 것이다.

어둠 속에서 보일듯 말듯한 표지판을 보며 차를 몰았다. 간절곶에 도착 할 즈음 짙은 어둠은 무거운 커텐을 열고 엷은 은빛 망사로 가린 듯한 희뿌연 빛으로 사물을 보여주고 있었다.

드디어 간절곶에 당도했다. 어둠을 열고 있는 바다가 안겨들었다. 잔잔한듯 하면서도 차가운 열정으로 역동하는 바다가 거기서 반기고 있었다. 가로등에는 2004년 해맞이 축제행사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간절곶은 2004년 해맞이 축제를 앞두고 다양한 행사계획을 하고 있었다. 사전행사로는 오는 31일 19:00~22:00부터 관광객 참여 레크레이션과 콘서트,퓨전 퍼포먼스 등이 마련됐다.

또 22:00~24:00까지는 제야행사로 난타공연과 재즈댄스 공연, 축하공연, 무용단 주제공연, 축하공연, 카운트다운 등 다양한 행사가 관광객들과 함께 한다.

간절곶이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 중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이유는 지구가 23.5도 기울어져 있는 것과 해당지역의 경도, 위치, 태양의 위치, 고도 등을 바탕으로 계산해 산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4년 새해의 첫날 첫 새벽, 해맞이를 위해 또 거대한 차량 행렬이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새해소망을 기원할까?

"부지런도 하시지…."

자동차들이 몇 대 보였다. 바다를 바라보며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서 있는 사람들이 몇몇 눈에 뜨였다. 하늘가에 엷은 분홍빛이 물들고 있었다. 깊은 바다가 붉은 햇덩어리를 순산하기 위해 진통을 겪고 있었다.

"이제 막 태어나려나…."

붉은 피빛이 먼저 하늘의 시트를 물들이고 있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내내 진통을 겪었을 바다는 그 깊고 넓은 치맛자락으로 묵묵히 산고를 견디며 새벽이 열리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점점 붉게 하늘을 물들여 가던 바다의 자궁에서 햇덩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기의 머리가 보이듯 붉은 햇덩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토록 깊은 밤의 어둠 속에서 오랜 진통의 시간을 겪었던 바다의 자궁은 햇덩어리의 머리를 쑥 내미는 순간부터는 어디서 그토록 힘이 솟는지 "쑤욱!"하고 밀어올렸다.

붉은 생명덩어리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힘있게 쑤욱 올라오는데 그 완전한 형체를 드러내는 것은 찰나였다.

순풍순풍 아기를 잘 낳는 자궁이 튼튼한 산모처럼 바다의 자궁은 붉은 햇덩어리를 금새 순산했다. 황홀한 광경이었다. 붉은 햇덩어리가 떠오르는 광경에 할말을 잊고 지켜보고 있었다.

산고의 고통은 길었지만, 신비로운 기적인 생명의 탄생에 바다의 자궁은 산통을 까마득히 잊은채 잔잔한 파도로 웃고 있었다.

그래, 우리의 삶도 이와 같은 것이다. 오늘의 아픔과 힘겨운 시간들이 내일은 또 기쁨과 보람으로 남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희망을 보며 사는 것을 보고싶다.

26일 붉은 해가 떠오른 시각은 오전 7시 29분 28초였다. 새날의 붉은 햇덩어리가 태어난 것이다. 부지런히 일어나 새벽에 일출을 보러온 사람들 중에는 해뜨는 광경을 바라보며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던 반면 바다 앞에 꼼짝않고 서 있는 모습들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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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2/27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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