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를 꿈꾸는 당신을 위해
카타리나 침머의 <혼자 사는 기술>을 읽고
 
이명화 기자

"지금 혼자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그렇게 남을 것이며, 깨어서 책을 읽거나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날릴 때면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하게 거닐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이 시는 이 계절에 고독한 사람들의 마음에 잘 와닿는 시가 될 것이다.

깊은 고독 속에서 오랫동안 있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감정과 상태를 이해하지 못한다. 현대인들은 타자와 관계 맺으며 살고 싶으면서도 혼자 있길 원하고, 혼자이고 싶으면서도 타자와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는 모순된 존재이다.

며칠전에 오랜만에 시립도서관에 가서 몇권의 책을 빌려왔는데, 그 중에 <혼자 사는 기술>이라는 제목에 끌려 선뜻 빌렸다. 얼핏 혼자사는 사람을 위한 체험적 지침서로 알았다.

인간의 자율적인 고독과 방치되어 내몰린(?) 고독과는 엄연한 거리가 있다. 이 책은 혼자 설 수 있기 위해서는 일생 동안 따뜻한 관계에서의 체험이 중요하며, 대상과의 건강한 교감속에서 창조적인 개체로, 혼자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모파상은 밤에 혼자 있는 상황의 유쾌하지 못한 측면을 소설속에서 잘 묘사했다. 실제로 모파상은 공포 때문에 죽었다고 한다. 아무도 그의 고독을 함께 나눌 수 없었던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일기에서 잠 못 이루는 밤에 대해 "절망의 물결을 느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여성 작가 마그리트 뒤라스는 "사람은 불면 앞에서는 혼자, 완전히 혼자"라며 "낮과 밤의 심연 사이에 있는 문턱을 넘는다"고 말한다.

저자가 본문에서 예로 든 사람 가운데 여배우 크리스티네 카우프만은 35살이 되었을 때, "혼자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단지 밤에 혼자 있지 않기 위해 파트너를 찾았으며 첫 남편은 저녁에 그녀가 혼자 있어야 할 상황이면 베이비시터를 고용했을 정도였다.

그녀는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한 모험을 시도한 다음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매일 아침 "불안한 아이"처럼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한바탕 연극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서술했다.

고독과 공포로 인한 죽음과도 같은 두려움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이런 사실에 대해 우습게 여길 수 있다. 여기에 작가는 "전반적으로 전혀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극단적인 공포심을 가지기도 한다"고 적고 있다.

똑같은 고독앞에 다른 감정을 느끼며 다른 시어를 적고있는 시어들을 보자.

"지금 혼자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그렇게 남아 있을 것이며, 깨어서 책을 읽거나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날릴 때면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하게 거닐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노랗게 익은 배와 야생장미로 가득찬 육지는 호수 속에 걸려있네. 부드러운 백조들은 입맞춤에 취한 채 머리를 성스럽게 차가운 물 속에 담그네." -휠덜린

"안개가 피어오르고, 잎이 떨어진다, 포도주를 부어라, 부드러운 포도주를! 우리 이 잿빛 날을 금빛으로 만들자, 그래, 금빛으로 만들자" -레싱

이토록 같은 상황을 놓고도 다양한 표현과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이 어떤 것이며, 균형잡힌 정서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안정되게 하는지, 그리고 혼자 고립되고, 소외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얼마나 두려워하며 공포를 느끼는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카타리나 침머의 <혼자 사는 기술>은 결국, 인간이란 철저하게 타인이나 사회와 고립되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며 동시에 "자율적인 고독"이 아닌 고립과 고통스러운 고독에 처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삶인지 말해준다.

어차피 인간은 고독한 존재이지만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 많은 관계속에서 살아간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충분한 사랑과 보호 속에서 안정되게 자랄 때 비로소 혼자서도 잘 설 수 있으며 우리는 누구나 타자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포옹하면 욕망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이것 없이는 어떤 성적 행위나 오르가슴도 절정에 이르지 못한다고 적고 있다.

또한 이 호르몬은 연인들 사이에 결속을 낳으며 넓은 의미에서는 심지어 사회적인 유대관계의 기초가 된다고 한다.

우리는 혼자이되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 "자율적이며 당당할 수 있는 존재"이면서 사람들의 애정어린 태도와 격려속에서 힘을 얻는 존재이다.

저자는 또 책에서 혼자사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이고 왜곡된 판단을 내리기 쉬운데, 흔히 그 사람의 자아에 무언가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이기주의자, 자기중심적이며 사회적으로도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기 좋아한다고 썼다.

반면 독신에 대한 긍정적 반응으로는 독립적이다, 겁이 없다, 등 다양한 반응을 제시하고 있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혼자 있음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말했다.

"오직
기사입력: 2003/12/31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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