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눈 내리는 휴일
마을 한가득 쌓인 눈과 한가득 모인 마을 사람들
 
곽동휘 기자



2004.첫달 18일 셋째주 일요일.우리 동네 한 골목에 눈이 한가득 쌓였습니다.

추억도 사연도 많았던 이 길을, 함박 내리는 저눈이 다 덮어 버리는 군요.

눈이 온지 오래 됐지만 아무도 저길을 밟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저도 이 길을 밟지 않고 돌아 가렵니다.
함박 눈이 쌓인 공터에 조약돌인지, 아이들인지 잠시 혼돈 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손이 시려운지도 모르고 오물짝 조물짝 눈을 만지고 있는 모습들이 하얀 도화지 위에 수채화 물감을 떨어뜨려 놓은 듯 합니다.

저 아이들이 눈처럼 맑은 기억들을 오늘 많이 가졌으면 좋겠군요.




하얀 배구공을 만들려고 하는 건지..하얀 눈사람을 만들려고 하는건지, 땀까지 흘려가며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어렵사리 였지만 저 조그만 손에서 하얀 눈송이가 아이들의 몸집만하게 조금씩 덩치가 키워져 갑니다.

저 아이들은 아마도 저 눈들을 모으듯,그리고 키우듯 자신의 꿈도 그렇게 키워갈 것 같습니다.

카메라를 아이에게 들이대자 아이는 빤히 쳐다 봅니다.

그리고 카메라 앵글로 보이는 아이의 눈망울이 눈처럼 맑게 빛납니다.

저 아이의 눈동자는 하얗게 빛나는 저 눈들처럼 순수함들만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저 눈들은 햇살 때문에 녹아 버려도, 저 아이의 맑은 눈동자는 언제까지나 그대로 간직되길 바랍니다.

기사입력: 2004/01/19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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