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순효자비의 효자는 "반인륜 효자"
부모 위해 자식 암매장 기도 - 인간 존엄성 외면한 유교문화의 폐혜
 
서성훈 기자



경북 경주시 현곡면 소현1리 숲에 위치해 있는 손순효자비.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 비석의 내용은 이렇다. "신라 제 42대 흥덕왕 10년(서기 835)에 효자 문효 순순공 께서 아버님을 여의고 어렵게 어머니를 봉양하면서 살았다.

어린아이가 있어 늘 할머니의 밥을 앗아 먹음을 민망히 여겨 처와 그가 의논하길 자식은 또 얻을수 있으나 어머님은 한번 가시면 오실수 없으니 자식을 뒤 취산으로 묻기로 하고 뒷산을 찾아갔다. 그리하여 땅을 파다가 갑자기 석종이 나오는 것이었다.

부부는 자식의 복이라 생각하고 아들을 묻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종을 집 대들보에 달고 두드렸다. 그 소리가 궁궐까지 들리어, 왕이 맑은 소리를 듣고서 그 사연을 알아보시고 석종의 출토는 손순의 지극한 효심에서 나온 것이라 감응하였다.

이는 천지 조화라 하시고 손순에게 집한 채와 세미 오십석을 하사하시고 그 순후한 효성을 숭상하였다."라고 나와있다. 위의 손순 효자비 내용을 읽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느끼지 못하였는가? 느끼지 못했다면 그 독자는 고정관념에 빠진 것이다.

필자는 손순효자비의 효자를 "반인륜 효자"라고 지칭하고자 한다.

효자의 머리엔 "부모에 대한 효도만 있고, 자식에 대한 사랑은 없는 듯" 어머니 밥을 축내는 아들을 산에 묻으려 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지 못한 구시대 전통 유교문화의 페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효를 행한다"는 측면 만을 부각시켜 생각한다면, 절대로 위와 같은 생각은 나올 수가 없다.

산에 묻힐 뻔한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없겠는가? 아이가 커서 이 사실을 알면 자기를 죽이려고 한 아버지에게 효자라면서 칭송하겠는가? 칭송할 리 만무하다. 전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신세대가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발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평가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가난하고 궁핍하면 어떻게 해서든 일을 더 열심히 해서 다 같이 살길을 모색해야지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한때 필자는 이곳을 많이 알리겠다는 생각으로 뭣도 모르고 그곳 앞에 서서 글을 적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사진찍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요근래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니 완전히 다른 해석과 정의를 내릴 수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힘인 것 같다.

내가 신라시대로 돌아간다면 효자에게 역지사지의 정신을 충고해주고 싶다.
기사입력: 2004/01/22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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