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 남자들도 예외아니다
아내와 부모님 중간에서 맘고생 - 남편들 ‘좋은 시절’ 사라져
 
유진동 기자

설 명절이 다가오면 며느리들은 차례음식 준비 등 가사노동의 중압감으로 짜증과 두통이 늘어나는 일명 ‘명절증후군’을 겪지만 이젠 남편들이 명절 스트레스에 더 시달리고 있다.

매번 명절때면 대부분의 며느리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차례를 마치고 시댁 문을 나서려는 반면 남편들은 오랜만에 만난 부모·형제와 친지들과 정담을 나누느라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모르기 일쑤.

이 때문에 몸을 혹사당한 아내들은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남편이 얄미워지고, 결국 즐거운 명절의 뒤끝이 시집갈등이나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여성단체의 명절문화 개선운동으로 이같은 며느리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남편들이 늘어나면서 반대로 명절을 맞는 남편들의 고민과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아내 눈치보랴, 부모님 심기 살피랴’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맘고생만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신세대 아내들은 시댁과 친정의 의미를 평등하게 두면서 명절날 양 집안을 함께 방문하는 것을 당연시여겨 남편들은 ‘좋은 시절’이 사라지고 있다.

결혼 5년째인 이모씨(36·여주군 가남면)는 집안의 장남이어서 설 명절 연휴기간 모처럼 찾아뵙는 부모님 집에서 좀더 머물고 싶지만 매년 명절때마다 음식준비 등으로 혹사당해 짜증을 내던 아내를 생각하면 신경쓰이기 때문.

할 수 없이 이씨는 설 명절 당일 처가를 방문한다는 핑계로 아침 차례상만 지내고 일찍 부모님 집을 나와 서울로 귀가, 아내에게 휴식시간을 주기로 했다는 것.

이처럼 명절때마다 나타나는 갖가지 갈등과 스트레스를 떨치기 위해 최근 일부에서는 형제끼지 미리 음식을 나누어 준비하거나 가사역할을 분담하는 등 다양한 대안이 시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 명절은 여성이 가장 설움을 느끼는 날이 아니라 모두 함께 즐거운 축제의 장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기사입력: 2004/01/25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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