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성(漢城)’ 표기 개선 검토
 
김학춘 기자

서울시는 27일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지방정부로 해석해 쓰고 있어 수도 서울의 표현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한성(漢城)’의 표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오는 30일 각계 전문가들을 불러 1차 자문회의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언어·중국어 학자, 시 외국어표기 전문위원, 외교통상부 직원 등 10여명이 참석하는 이번 자문회의에선 자문단 구성원과 운영방식 등을 논의하며, 자문단이 구성되면 ▲대체 명칭 확정 ▲대체 명칭 홍보 계획 ▲중국 정부와 협력 방향 등에 대해 연구,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을 한성(漢城)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수용, 연구·검토작업에 착수한 것”이라며 “일단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 구체적인 계획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존심 구긴 "漢城" 표기

몇해 전 주한 일본대사관 오시마 에이치(大嶋英一) 공보문화원장은 ‘일본의 새소식’이라는 월간지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한국인에게 뼈아픈 일침을 가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서울역에서 새마을호에 탔을 때 중국어 안내방송에서 서울을 ‘한성’으로 표현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한국 인명과 지명을 한국식으로 읽는다는 원칙에 따라 일본은 한국의 고유명사를 한국식 발음으로 표기하고 한국도 일본의 고유명사를 일본식으로 표기하는데 왜 한국은 중국에만 특별하게 하는지 의아했다”고 지적했다.

해외출장을 자주간다는 한 중견기업 회장은 인터넷에 “사업상 만나는 유럽계 지인들이 ‘서울을 한성으로 부르기도 하던데 옛 중국 한나라의 한 성이라는 뜻이냐’고 물어 부끄러웠다”는 글을 띄우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왜 이정표에 서울을 한성이라고 적느냐”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문의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들이 이처럼 서울을 ‘한성’(漢城)으로 표현하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는 데 비해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문제의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외국인들의 성의있는 지적에 오히려 “중국 모든 도시에서 서울을 한성으로 표기하고 있어 그대로 쓰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니 부끄러울 뿐이다.
기사입력: 2004/01/28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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