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따뜻한 이웃
 
최양현

봄날의 아침햇살이 사무실 창가에 비치는 어느날 오후..
남편이하고있는 부동산 사무실에 시간을 내어 며칠째 나가고있다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하루를 정리하고있을 때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어느 아줌마가 들어오셨다
체구는 자그마한데 당찬 아줌마 같았다
"어서오세요" "무슨일을 도와드릴까요?"하고 묻자
아주머니는 방을 하나 내어달라고 하신다
지하방인데 방2칸이고....
3천오백만원정도 되는것인데 어려운 사람이면 싸게 내어주고
형편이 괜찮은사람이면 제값으로 내어달라고 하시면서
나에게 맡긴다고 하신다. 월세든 전세든...
2-3일이 지난 어제의 일이었다.
얌전해보이시는 할머니한분이 오셨다
아파트에 살고있는데 방한칸짜리 얻으러 왔다고 하신다
할아버지하고 살 집이라면서 최대한 싼 방으로 달라고 하신다
반 지하를 하나 보여드렸더니 그분은 방의 모양새는 뒷전이고
주인한테 더 싸게 해주시라고 사정 사정하신다
옛날 한때는 아마도 괜찮게 사셨을 자태를 보이시는 분이신데..
전세 2천만원짜리 지하 방한칸을 보시고 싸게 안된다고 하자
좌절하시는듯한 모습이 안타까웠다
아들하고 사는데 아파트가 재개발하여 이사를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하는데 그냥 따로 살고 싶어서 나오신다고 하신다
우리네 부모들은 모두 자식이 남에게 흉이 잡힐까봐 언제나
두둔부터 하신다.
며칠전 다녀간 아주머니가 생각났다
방2칸에 3천오백짜리를 얻을 수 없는것은 당연하지만
혹시 싶어서 전화를 돌렸다
무조건 모시고 갔다. 그 아주머니 처음에는 할머니라고 하니까
젊은사람보다 힘들다고 하셨다.
아주머니옆에서 귓말로 "아줌마 사정이 매우 딱하신 분 같아요.
아줌마가 좀 도와주세요"하고 방을 보여주었더니 할머니는
여직본것중에 가장 맘에 든다고 하셨다
모두 수리를 해놓았고 지하도 계단 두개내려가서이고 특히
햇살이 잘 비치는 곳이었다.
할머니께서 돈이없으니 적게 내어달라고 사정을 하자 돈이 얼마나 되냐고 물어보니 천팔백만원에 해달라고 하는것이었다
반값에 달라는 것이다.
좀전에 젊은사람한테 사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의 비애를 느꼈는데 이번에도 안되면 할머니는 어떻하나 하는 불안한 맘에 나도
주인 아주머니에게 사정을 했다.
아주머니는 할머니오셔서 편안히 살으라고 하시자 할머니는 노파심에 자신의 종교가 교회를 나가고있다고 말씀하시면서 미리 말한다고 하셨다. 혹여 종교가 달라 어려움이 있을까해서인지..
주인아주머니는 불교신자지만 그런걱정은 하시지 말라고 하시면서 서로 믿고싶은것을 믿는것이고 나한테 피해주지않는데 무슨 말이냐고 걱정하지 말라는 당부도 해주신다.
결국 부동산 계약을 할때는 아들이 따라와서 그나마 전세로 이야기 한것을 월세 800만원에 10만원으로 조정하면서 계약을 완료했는데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복비를 작지만 웃돈도 얹어주면서 대신
할머니한테는 받지말라고 하셨다.
그 할머님은 마음편히 전세로 살라고했는데 무슨연유인지
그새 천만원을 가져올수가 없는 형편이 되었다.
집을 가진 사람들이 요즘처럼 어려울때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면서
조금만 이해를 해주고 도와주면 좋으련만 사실 요즘 오르는게
전세금이며 그것도 모두 월세로 돌려서 어려움을 겪고사는 이웃들이
참 많다.
며칠 부동산에 나왔다가 이런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보면서
힘든 사회에 있다는것을 보면서 남을 도와주는것이 어려운것이 아니고 먼곳에 있지 않다는것을 새삼 느꼈다

조금전에 그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점심을 사드린다고 했더니
나중에 할머니 밥 한그릇 사드리라고 하신다

아직은 따뜻한 이웃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것을 알게 해주는
고마운 분이셨다



기사입력: 2004/03/27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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