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때문에 죽어가는 아이들
성적보다 적성을 우선하는 진로지도
 
최원호
우리나라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는 물을 것도 없이 자녀의 진학문제일 것이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병폐 중 하나가, 학벌지상주의라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학벌에 대한 환상은 거의 종교적 신념에 가까울 정도이다.
 
통상적으로 부모가 중년기에 접어드는 시점이 자녀가 대학을 진학하는 시기와 맞물려, 자녀의 대학진학은 부모의 인생을 중간평가 하는 객관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자녀가 일류대학에 입학하면 부모로서는 영광이요 주변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며, 자녀의 성적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
 
자녀가 하위권 대학에 입학하거나 아예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 무슨 죄인이나 된 것처럼 한구석에서 풀 죽어 있어야 하는 것이 한국사회를 사는 학부모의 현실이다.
 
그런가 하면 부모들은 자식이 일류 대학에 진학하는 일 외에 자녀의 적성이나 흥미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자식이 효자 또는 불효자로 평가받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진심으로 자녀의 장래를 염려하는 부모라면 아이의 관점에 서서 최소한 10년 후의 인생을 그려볼 줄 알아야 한다. 평범한 부모들은 명문대학 진학만이 아이의 미래를 위한 제일의 투자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자녀의 적성과 흥미가 배제된 명문대학 입학은 대학에 진학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것은 자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몸에 맞지 않은, 당장이라도 벗어던지고 싶은 재킷을 걸쳐 입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모의 생각은 부모의 관점에서 현실을 평가하고 미래를 예단한 데서 오는 비전문적인 예측일 수 있다. 이는 자칫 한사람의 인생을 시행착오로 몰고 가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자녀의 적성과 흥미가 철저히 배제된 진학은 언젠가는 삶의 본질을 빗나가게 하는 걸림돌이 되어 다양한 부정적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는 결과만 있을 뿐 그 과정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성적 지상제일주의를 추구하며 어디에서든 1등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강박관념을 우리 자녀에게 심어주고 있다.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어느 분야에서든 자녀가 1등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는 최근 내신반영비율 강화로 부정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1등을 위해 발버둥치다가 채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 아이들의 이야기는 성적제일주의의 교육사회가 낳은 기형적인 현상이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위주의 진로결정이 아닌, 수능시험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교육제도의 불합리와 명문대학을 강요하는 부모의 기대는 가치관의 위협으로 여겨진다.
 
로봇과 같은 삶은 경쟁적이고 기계적인 생활 속으로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에서 정체감의 혼란을 초래한다. 삶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상실하고, 주변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데 따른 심리적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여 최후의 현실도피를 선택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가치평가의 기준을 높이기보다, 이제는 더 이상의 어떤 가치조차 발휘할 수 없다고 하는 자기부정적인 이미지를 대체할만한 자신감을 높여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사람들의 지나친 기대의식을 줄여주는 대신, 자기가 가장 즐거워하며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진로선택의 비상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 이제는 아이들의 심리적 고통을 덜어주는 부모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자녀의 성격이나 능력은 어느 누구보다도 부모가 더 잘 알고 있다. 직업이 요구하는 직업적인 성격이 있듯이, 자녀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또한 하고 싶어 하는 능력에 맞는 그 일은 자녀의 성격과도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
 
죽어도 일등인 사회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기뻐하고, 삶의 보람을 느낄 줄 아는 사람으로 길러내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기사입력: 2005/05/10 [14:47]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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