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의 등 자체개혁 선행돼야...
교육부 개혁 단초는 “너 자신을 알라”
 
강승용
 
“화장과 분장의 차이는 무엇일까?” 철학을 소개하는 강의에서 필자가 학생들에게 종종 물어보는 질문이다. ‘화장’(化粧, beauty make-up)은 얼굴을 ‘곱게 단장한다’는 뜻이고, ‘분장’(扮裝, make-up)은 ‘매만져 꾸민다’는 뜻이다.
 
단장하는 것과 꾸미는 것의 본질적 차이는 원상(原狀) 유지 여부일 것이다. 화장의 최대 허용치는 원상 확인이 가능한 정도일 것임에 반해 분장에는 그런 한계가 없다. 화장을 잘 할 수 있으려면, 우선 그것이 분장 수준까지 가면 안 된다는 한계를 알아야 한다.
 
그것도 모를 사람이 어디 있으랴 싶겠지만, 정신과 의사들이 첫날밤 증후군이란 애칭(?)을 붙일 정도로, 생얼굴을 보여주어야 하는 첫날밤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신과를 찾는 여성들이 적잖이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화장을 잘하기 위한 다음 순서는 분장 까지 가지 않는 수준 안에서 어느 정도 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정하는 일일 것이다. 정도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개성 있는 화장, 좋은 화장과 나쁜 화장의 질적 구분이 이루어 질 것이다.
 
이를테면 “본래 얼굴의 장단점들을,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보정하여 단정성과 조화성을 향상시키는 것” 정도를 자신의 화장의 기본 개념, 즉 화장의 철학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철학이 확립된 후에 그것을 실현하는 데 관련되는 지식과 기술, 이를테면 색체론, 구성론, 화장술 등을 익힌다면, 화장을 통해 세련되고 개성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대학 졸업이 곧바로 실업으로 이어지는 슬픈 현실
국내 최고 대학이 세계 100위권 밖인 부끄러운 현상
 
화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화장 철학을 갖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화장 같이 사소한 일에도 철학의 확립이 그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대학이나 대학 개혁과 같은 중차대한 일에야 말해 무엇 하랴! 특히나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관리하는 관료들이 대학의, 교육의, 그리고 개혁의 좋은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 관료들은 과연 그러할까? 초등, 중등, 고등과 구분되는 것으로서의 대학에 대한 올바른 철학이 정립되어 있었다면, 수많은 부모님들의 등골을 휘게 하고도 졸업이 곧바로 실업으로 이어지는 슬픈 현실도, 고졸자이면 충분한 직종에도 수많은 대졸자들은 물론 석박사들 까지 모여드는 기이한 현상도, 대학 정원이 고졸자 수를 넘어가는 기막힌 현상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 전 세계 100위권 대학에도 못 드는 부끄러운 현상도 이처럼 노골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육에 대한 제대로 된 철학이 있었다면, 우리의 애듥은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오직 ‘하늘’(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을 향해 전력 질주하고, 고졸자들이 서울의 일류 대학을 필두로 서열화 된 판도에 따라 성적순으로 배분되고, 배분된 대학의 졸업장이 한국판 카스트제의 신분증이 되고, 고위 관료직과 고급 전문직이 특정 학벌에 집중되는, 그런 일들은 불가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뿐이랴, 개혁에 대한 올바를 철학이 있었다면, 개혁의 1차 대상이 개혁의 주체가 되는 일도, 개혁이 개악으로 끝나는 일도, 교육 주체의 자율권을 축소하는 반개혁도 없었을 것이다. 대학 개혁의 관리자들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학’, ‘교육’, 그리고 ‘개혁’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그것들에 대한 올바른 철학을 갖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자성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이 전국 4년제 대학 총장과 교직원 그리고 학생 9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육부 자체의 개혁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90.5%가 매우 필요하거나 대체로 필요하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교육 관료들의 관료주의와 탁상행정과 반-개혁성 혹은 미온-개혁성의 폐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예증일터. 실질적인 대학 교육 주무 부서로서의 역할과 위상 정립 등은 교육, 대학, 그리고 개혁에 대한 건전한 철학의 확립이 선행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런 의미로 교육부 개혁의 단초는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적 지혜의 실천이고, 그것을 통해 우선 비대해진 자신에 대한 대대적인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것이다. 가벼워진 몸으로 교육 현장의 일꾼들이 교육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갈 때 비로소 개혁은 성공적일 수 있을 것이다.

기사입력: 2005/05/10 [14:54]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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