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과 셰익스피어의 비교
 
변성재 기자

 
셰익스피어와 제갈공명의 차이는 펜(셰익스피어)과 칼(제갈공명)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광고회사가 광고회사 입사시험 문제로 ‘제갈공명과 셰익스피어를 비교하라’는 문제를 낸 이유는 광고는 칼처럼 부러지는 게 아니라, 펜처럼 세상을 정복할 수 있는 것임을 부각시키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다.
 
‘제갈공명과 셰익스피어를 비교하라’는 문제를 낸 사람은 연관능력이 뭔지를 아는 사람이고 생각된다. 연관능력은 상상력과 합해져 창의성으로 남는다. 광고회사는 ‘제갈공명과 셰익스피어를 비교하라’는 문제를 낸 사람을 두세 단계 특진시켜도 된다.
 
어쩌면, 그는 다음과 같은 답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는 펜으로 세계를 정복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등으로 인간의 마음까지 정복했다. 반면에 제갈공명은 칼을 선택했다. 제갈공명은 뛰어난 지략가였으나 삼국 통일에는 실패했다. 이에 의거, 셰익스피어와 제갈공명의 비교는 문화는 무력보다 강함을 강조하는 게 될 수 있다.
 
이쯤에서 광고는 셰익스피어가 되며, 셰익스피어는 문화를 상징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칼이 아니라, 광고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동아일보에 실린 내용 중에 ‘광고회사의 입사시험 문제로 제갈공명과 셰익스피어를 비교하라는 황당한 문제가 출제되었다’라는 식의 내용이 있는데, 제갈공명과 셰익스피어의 비교는 황당한 게 아니다. 칼(제갈공명)로 망하는 것보다 문화(셰익스피어)로 망하는 게 더 극복하기 힘든 상태라는 사실은 얘기하지 않더라도 이미 기정사실이다.
 
문화는 사람의 머리를 움켜쥘 수도 있기 때문에 칼보다 더 강할 수 있다. 칼이 무섭다고 하더라도, 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머리를 움켜쥔 상태가 된다면 칼은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된다. 칼보다 문화가 더 강력하다는 사실은, 일제시대 때, 한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으셨던 분들의 엄청난 노력을 봐도 알 수 있다. 
 
광고는 문화다.  화상품이란 ‘쥬라기공원’, ‘타이타닉’이 벌어들인 돈의 액수는 한국이 자동차를 10년 이상 수출하고도 상대하기 힘든 액수이다. 문화상품이 큰돈이 되는 이유는, 자동차의 경우는 자동차를 팔은 가격에서 재료비와 인건비를 많이 제하지만, 문화상품은 만들어 논 후 일단 성공만 하면 버는 돈의 거의 다가 순이익으로 남기 때문이다. 버는 대로 순이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재료비와 인건비를 많이 잡아먹는 자동차가 ‘문화상품’을 상대하기 어렵다. 매출액이 많다고 좋은 회사가 아니다. 매출액 1,000억에 순이익 30억보다, 매출액 100억에 순이익 70억이 좋은 법이다.
 
심형래란 문화인은 문화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리고 실천했기 때문에 심형래란 문화인의 가능성은 크다.
 
뭐 같은 교육제도 때문에 한민족의 창의성이 발휘되지 못해서 그렇지, 한민족은 원래, 문화상품의 창조에 엄청 강한 민족이었다. 삼국시대의 귀걸이, 고려청자, 팔만대장경, 직지심경, 한글 등을 봐도 알 수 있다.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문화의 독창성과 우수성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한민족의 위대한 독창성과 창의성이 조선 때문에 침몰했다. 한국은 탁상공론 유학(儒學, 특히 주자학)보다, 재능 살려 홍익인간(弘益人間)이 어울렸다. 단군의 사상은 ‘전 역사’로 따져도 아주 훌륭한 사상이었다.
 
“우리 입맛엔 ‘우리 것(재능 살려 홍익인간(弘益人間))’이 좋은 것이여.” 우리 것을 거부하는 것은 분명한 사대주의다. 자기 나라의 좋은 정신을 거부하는 민족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나 다를 바 없다. 우리 것을 거부하지 않았을 때, 한민족은 강력한 ‘독창성’과 ‘창의성’을 보였고, 우리 것을 등한시했을 때, 한민족은 다른 민족을 섬기는 민족으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획일교육은 우리 것이 아니다. 천칭 ‘중국’의 유학(특히 주자학)과 일본식 교육, 그리고 한민족 단점의 불완전한 잡탕이다.
 
제갈공명과 셰익스피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이 될 수도 있다.
 
제갈공명이 확실하게 승리한 적이 있다. 바로 ‘남만 정복’이다. 그는 무력으로 남만을 정복한 게 아니라, 문화적 역량으로 남만을 정복했다. 그는 칼보다 문화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남만왕 ‘맹획’을 일곱 번이나 놓아주는 도량을 발휘했다(칠종칠금(七縱七擒).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가 전쟁을 한 적이 있었다. 과거, 옥타비아누스는 건강이 좋지 못했고 나이가 많지 않아 칼로는 별볼일이 없었다. 이 대신인지, 옥타비아누스에게는 문화적 역량이 있었다. 그는 그의 문화적 능력으로 강력한 로마를 건설하는 초석을 닦았다.
 
결국, 칼만 믿고 옥타비아누스에게 덤비던 안토니우스는 악티움 해전(BC 31)에서 옥타비아누스의 군사에게 참패한다. 안토니우스의 아내였던 클레오파트라 역시 생명을 유지하지 못했다. 또한, 이집트는 옥타비아누스의 손에 들어갔다.
제갈공명과 셰익스피어를 비교하면, 문화로는 다 성공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광고는 문화이다. 그래서, 광고가 그처럼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다. ‘자기PR시대’라던데, 이는 광고의 위력을 보여주는 ‘예’ 중 하나에 불과하다. 청나라 정부가 중국인들에게 변발을 강요한 것도 문화의 위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겠다. 문화산업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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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5/21 [09:12]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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