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지 않아도 부인몫 빚 못갚아
여성의 가사노동 확대 판결
 
경북취재본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남편이 부인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방법을 택했더라도  부인이 가사노동으로 기여한 절반의 재산은 채권자에게 돌려줄 필요없이 부인이 가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박동영 부장판사)는 19일 직원의 잘못으로 2억원의 손해배상을 한 H증권사가 “해당 직원이 구상금을 물지 않기 위해 자신 명의로 돼 있던 아파트를 부인에게 증여한 행위를 취소하라”며 전 직원 김모(47)씨와 부인 연모(41)씨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詐害行爲) 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 연씨는 김씨에게 아파트 지분의 2분의1만 반환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이혼 시 재산분할을 할 때 법원이 인정해온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를 이혼을 하지 않은 경우까지 확대한 것이어서 판결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피고 연씨는 특별한 재산이 없는 김씨와 결혼해 가사노동을 담당하며 10여년 만에 아파트를 마련했기 때문에 남편 명의의 아파트라 하더라도 부인은 2분의1 상당의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 권리는 남편 김씨의 불법행위 이전에 이미 성립했기 때문에 원고가 주장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부분은 부인 연씨의 권리가 실현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2분의1에 한정된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증권사     © 송점순
사해행위란 채무자의 재산처분에 의해 재산이 감소돼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분이 생기거나 이미 부족상태에 있는 공동담보가 한층 더 부족하게 됨으로써 채권자의 채권을 완전하게 만족시킬 수 없게 되는 행위로, 불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모든 부분이 원상회복돼야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성 가사노동의 가치보호라는 원칙을 이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씨는 H증권사 상주지점장으로 근무하던 99년 자신의 고객인 A신용협동조합 간부가 조합 공금으로 개인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불법사실을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고 묵인해 오다 파산이 났고, 공금횡령 사실을 뒤늦게 이를 알게 된 A신용조합에서 사용자 책임을 물어 2002년 H증권사지점장이었던 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었다. 2003년 10월 김씨는 회사가 자신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유일한 재산인 대구 칠성동 자신의 아파트를 부인 명의로 바꿨던 것이다.

기사입력: 2005/05/20 [14:3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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