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타파 어디가고, 대학졸업장 타령 웬 말인가
高卒 노무현은 대통령이 아닌가
 
강승용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고질병이라면 아무래도 ‘학벌주의’를 제일 먼저 꼽을 수 있다. 학벌주의는 수십 년간 한국역사와 함께하다 보니 나무로 치자면 뿌리 깊은 고목이 되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학벌 타파를 위한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벌제일주의는 오늘날까지도 별 흔들림이 없다. 학벌 타파니 학력 파괴니 하는 말들이 시류를 타면 겨우 곁가지만 흔들어 주는 시늉을 하다가 그 바람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더욱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학벌 타파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 정치판에서는 학벌제일주의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인이야말로 사회적 병폐인 학벌 타파를 위해 노력하고 누구보다 앞서 학벌로 얻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데, 이들에게 학력 타파는 정치를 포기하라는 이야기나 다름없이 들리나 보다.
 
귀가 있어도 잘 듣지 못하고, 정작 입이 있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조차모르는 대변인의 학벌의식에 대한 고정관념은 학벌타파를 외치는 국민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최근 한 야당 대변인의 말로 인해 연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우리 국민의 60%가 이미 대학을 나온 국민이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대졸 학력자라고 해서 대통령도 대학을 나온 사람이어야 한다는 주장대로라면 대졸 정도가 아니라 대학원을 졸업한 석박사급은 되어야 대졸자인 국민 위에서 나라를 이끌어 가는 게 맞지 않을까.
 
물론 학력이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능력을 한낱 특정 학교의 졸업장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현시대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발언이 우발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툭하면 대통령의 학벌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을 해 왔다. 능력이 아니라 학벌로 구성원을 평가하는 정치권의 논리대로라면 정작 정치인들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를 알만하다.
 
사실 우리 국민들은 학벌제일주의의 중독 상태에 빠져 있다 할 정도로 학벌에 대한 맹신에 사로잡혀 있다. 과거의 아날로그 사회와 현재의 정보화 사회에서 혼돈을 느끼며 방향을 잡지 못하고 변화된 세상을 판단하는 가치를 상실한 채 그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매일 쏟아지고 있는 정보화의 홍수 속에서 낡은 대학졸업장 타령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세계는 능력 위주의 세상을 추구하며 객관적이고 타당한 사회로 나아가려는데, 국내에서는 대통령의 학벌을 두고 가타부타 말잔치를 늘어놓으며 비능률적이고 비생산적인 소모전을 펼치고 있으니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학력 인플레 현상이 심각한 나라도 없다. 전자정부를 표방하는 시대에 실력과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는 근대적인 사고로 전환해야만 한다.
 
대학졸업장이라고 하는 간판이 밥 먹여주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음을 아직도 실감하지 못하고 현실감 없는 발상을 다시 한번, 대변인의 대변을 통해서 능력위주의 국가건설에 더 이상의 구태의연한 학벌타령은 근절한다는 쇄기를 박아둘 필요가 있다.
 
국민적 학벌타파의 염원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을 대변하는 변신을 촉구한다.  이제는 개인의 능력을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정정당당한 사회를 열어가야 한다.
학벌이라는 낡은 계급장 대신에 실력과 능력으로 승부하는 사회를 하루 속히 열어가야 할 책임이 그 누구보다도 정치인에게 있음을 인식하기 바란다.

기사입력: 2005/06/16 [13:55]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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