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배제에 대해
 
안희환 기자

 
공소시효라고 하는 것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도인 것 같다. 이 제도와 관련하여 특이한 에피소드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아래의 예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수없이 접해보았던 예들이다.

a. 어떤 사람은 공소시효가 끝나기 하루 전에 출국을 하다가 공항에서 붙잡힌 일도 있었다. 얼마나 억울(?)했을까?
b. 어떤 사람은 공소시효가 끝난 후에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음에도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한 채 자신을 처벌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였다.
c. 어떤 사람은 너무나도 끔찍한 죄를 저질렀는데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않았다.

내가 공소시효와 관련하여 불만스러웠던 것은 세 번째 경우이다. 저런 사람은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가 지나서 더 이상 처벌할 아무런 대안이 없을 때 분노가 일어났었다. 그 사람 때문에 고통을 겪었을 당사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마음이 불편했었다.

그런데 얼마전 광복절에 노무현 대통령이 이 공소시효에 대해 논란을 일으키는 발언을 하였다. 국가 범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공소시효를 배제하자는 것이다. 그 동안 깜짝 발언이 많았던 노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언은 또 다른 차원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가에 큰 피해를 입힌 사람들이 공소시효 만료 때문에 더 이상 어쩌지 못한다는 현실에 분노하는 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여진다.

나는 몇가지 측면에서 공소시효 배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1. 정치적인 이용
첫째로 공소시효 배제라는 기발한 제안이 정치적인 색채를 다분히 드러내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위기에 처한 노대통령이 국면전환을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가 공소시효 배제라는 카드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노대통령의 발언이 그리 순수하게 들리지 않는다. 또 어떤 목적으로 가지고 이러나 싶은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다.

2. 경제에 집중할 때
둘째로 지금 우리나라는 다른 것에 앞서 경제회생에 전력을 기울일 때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망하지 않는다는 식당업조차 줄줄이 파산하는 현 경제 상황에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킬 제안을 하고 그로 인해 논쟁만 일삼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은 지금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살펴야 한다.

3. 헌법에 위배
셋째로 특정 분야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는 헌법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 범죄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그 역시 다른 범죄와 정도의 차이를 가질 뿐 연장선상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특정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면 공평한 범적용이란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4. 연쇄적인 작용
넷째로 국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한다고 할 때 그 외 다른 중대 범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배제를 주장할 건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흉악한 범죄가 어디 국가 범죄 뿐이겠는가? 만약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고 여겨지는 다른 범죄의 내용들이 있다면 그것도 공소시효를 배제하자고 주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5. 국가 범죄의 잣대
다섯째로 국가 범죄라는 말을 쓰는데 그 의미가 내포하는 정확한 의미를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 범죄라고 하는 것이 반란 행위이든, 혹은 매국행위이든, 그것은 종종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정권에 따라, 좀더 정확히 말하면 정권의 색깔에 따라 국가 범죄로 취급할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느닷없이 공소시효 배제한 카드를 들고 나와서 같은 열린 우리당까지 당혹하게 만드는 노대통령의 깜짝쇼에는 경탄하는 바이지만 보다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성급하게 발언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 마디 말이 미칠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국가의 현 상황과 미래를 면밀히 살피면서 어떤 제안이든 했으면 좋겠다.

기사입력: 2005/08/18 [09:57]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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