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효를 가르치자
 
안희환 기자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옛날과 많이 다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삼년상을 치르던 우리나라의 옛 풍습은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이젠 장례식만 차르면 크게 신경쓰지 않은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삼년상을 치르는 것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게 할 시간도 여건도 허락되지 않는 현대인들이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진짜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한번 더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거나, 조금 더 넉넉하게 용돈을 드리거나, 전화상으로라도 안부를 더 자주 전하는 것이 부모님을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연세가 드실수록 마음이 약해지고 외로움을 많이 타며 육신의 기력도 떨어지기에 그만큼 정성어린 효도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점점 더 효를 행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다.

아니 효도는 커녕 패륜의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아버지를 죽인 박한상씨 이야기는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었다. 자신의 사업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게 땅을 팔라고 압력을 넣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형제간의 싸움으로 부모의 가슴에 못질하는 못된 사람들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심지어는 형편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외딴 양로원에 보내버린 채 무심하게 살아가는 패륜아들도 있다.

이런 흉악한 이야기들 속에서 간혹 들려오는 지극한 효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몇 년 전 일로 기억한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 준 일이 있다. 간염을 앓던 아버지가 가정을 부양하느라 고생을 해서 간경화로 수술을 받게 되자 자신의 간을 이식하겠다고 한 것이다. 아버지는 어린 자식을 생각해서 그냥 죽겠다고 했지만 끝내 아들의 요청대로 하게 되었다.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6개월을 넘기지 못한다는 의사의 말에 기꺼이 자신의 장기를 내놓은 그 학생은 만16세가 지나야 장기를 이식할 수 있다는 장기이식법의 법적 허용 나이를 겨우 1개월 넘겼다고 했었다. 덕분에 최연소 장기 기증자라는 기록을 갖게 되었다. 수술은 15시간이 넘게 걸렸고 아들은 아버지의 회복을 기대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지금 그 가족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아버지의 병세가 확실하게 좋아져서 건강을 회복하였는지, 장기를 기증한 어린 아들에게 혹시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상당한 부채가 있었는데 그 부채는 어찌되었는지... 하지만 아직 어린 아들의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사랑 실천은 마음에 훈훈한 감동을 주면서 오늘날도 이렇게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소망의 마음을 품게 했었다.

만약 가정 안에서조차 자신의 부모에게 효도할 줄 모르는 사람들만 가득하다면 사회는 암담할 것이다. 자기 부모를 박대하는 사람이 다른 어른들을 공경할리는 만무하고, 어른 공경이 다 사라져버린 나라에서 인륜이니 예의니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가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효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적 가치이다. 자신을 세상에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를 소중히 여기는 대한민국의 가정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기사입력: 2005/08/19 [08:28]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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