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하는 아이들
 
안희환 기자

 
파리대왕이라는 소설에서 무인도에 표류한 아이들이 서로를 사냥하는 끔찍한 대목에서 몸을 떨었던 기억이 있다. 사람이 사람을 사냥하다니...그 사람이 아이라니...인간 본성의 악함을 보여주는 소설처럼 여겨졌다. 이 소설 때문은 아니고 나는 맹자의 선선설보다 순자의 성악설 쪽에 더 기울어진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모습에서조차 어떤 악함을 보게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더우기 요즘엔 더욱 더 그 생각이 견고해지고 있다. 조폭수준을 자랑하는 학생들의 폭력조직 일진회, 그 아이들의 무시무시한 모습. 여고생을 두둘겨패서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한 아이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청소년 범죄. 밀양에서 집단적으로 성폭행을 했던 양심을 팔아먹은 아이들. 이 모든 것들이 먹구름처럼 마음을 어둡게 한다.

미국 인디애나주의 한 고등학교의 퇴학된 학생의 사물함에서 놀라운 것이 발견되었다. 교장과 교사,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살인대상자 명단이 발견된 것이다. 그 명단에는 명확히 살인 대상 리스트 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이 명단에는 교장과 교사 3명, 그리고 14명의 학생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학생은 예전 문제를 일으켜 퇴학됐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왔으나 또다시 퇴학 조치됐다고 한다.

무서운 십대의 차원을 떠나 공포의 십대가 되는 것 같다. 살인조차도 더 이상 금기가 되지 않을 만큼의 그 말도 안되는 담대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영화, 만화, 게임, 인터넷, 소설 등을 통해 흘러들어간 살인의 메시지가 그의 뇌 속에서 살인감정을 증폭시키는 것일까? 아니면 악마가 세상을 손아귀에 쥐려고 본격적으로 나서서 아이들을 지배하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가정 교육이나 학교교욱이 다 망가져서 더 이상 아이들에게 건정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길을 가다가 10여명의 아이들이 웅성거리고 서 있으면 명랑하고 밝아보인다는 생각보다 무슨 짓을 하려고 저리 모여있는거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참으로 비참한 일이다. 그 앞으로 지나가기가 꺼려지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싹이 노라면 안되는데...정부나 학교나 가정이나 아이들이 연결된 모든 곳에서 이들에 대한 대안을 세우고 투자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는 먹구름으로 가득차게 될 것 같다.
기사입력: 2005/08/20 [16:14]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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