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북한에 큰 돈 내고 들어가나?
끌려다니는 교류는 이제 그만
 
안희환 기자
 
                     


고 정주영 회장은 현대의 창업자로서 여러 가지 면에서 신화적인 인물이다. 잘한 면도 있고 잘못한 면도 있지만 일단 맨주먹으로 현대라는 대기업을 일으킨 그의 업적은 인정하고 싶다. 정경유착이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지만 그 당시 정경유착을 했다고 다 현대처럼 커진 것은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내게 아주 인상이 남는 것은 젊은 시절의 정주영씨가 아니다. 그 시절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절이거니와 기록으로 읽은 대단한 일들도 노년의 정주영씨가 보여준 인상 깊은 일들에 의해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특별히 수많은 소떼를 거느리고 북한을 향해 나아간 일은 죽기 전까진 잊을 수 없는 광경일 것이다.

정주영씨는 세상을 떠났고 이제는 다른 이들이 그 역할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서울평양문화교류협회(사단법인)가 9월 22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할 남한 쪽 기업인 30여명을 모집했던 것인가? 그 목표는 남북이 함께 합작할 투자거리는 찾는 것이라나...북한의 저렴한 인건비와 남한의 기술과 자본이 합쳐지면 중국 기업과 가격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나...

아주 좋은 일이다.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내용이 교류항목에 끼어있다. 북한쪽에서 돈을 요청한 것이다. 5박 6일간의 일정을 위해 한 기업당 1530만원을 내라고 하는 것이다. 한 기업당 2명이 갈 수 있으니 한 명당 800만원 가까운 경비를 내는 것이다. 유럽을 2주간 여행해도 남을 액수가 아닌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교류라고 한다면 늘상 북한쪽의 비위를 맞추는 남한의 저자세가 이어지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진정한 남과 북의 교류를 원한다면 오히려 모든 경비를 탕감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후에 서로 만나 협력과 지원에 대해 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가?

그 동안 남한은 통일을 위한 양보라는 명분하에 늘 양보하는 정책을 펴왔다. 또 북한의 웬만한 요구는 응락을 해주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예의 없는 아이에게 원하는대로 해주어 버릇만 나빠지게 한 것처럼 늘상 고자세를 취하고 큰소리치는 북한의 태도에 격려를 해준 셈이 되고 말았다.

만약 이번에도 기업인들이 북한쪽에서 요구한대로 돈을 다 주고 북한에 들어가 교류를 한다고 하면 그것은 교류라기보다 끌려다니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더 이상 북한의 장난감 노릇하는 것은 그만 두어야 할 것이다. 당당하게 할말하면서 필요할 때 원조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방식은 영 아니다.
기사입력: 2005/09/07 [10:38]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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