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효도가 늘어가고 있다
토지 보상에 눈독, 행정도시 예정시의 새로운 효자들
 
안희환 기자
▲행정도시 예정지, 조치원 일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씁쓸한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그것은 보통 사람과 관련된 일일 때가 많으며 사람에 대해 신뢰를 잃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내 경우 누군가가 내게 다가왔는데 그 목적이 순수하게 나라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그 무엇 때문이었을 경우에 그런 감정을 느끼곤 한다.

물론 사람 자체만 보고 사람을 평가한다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도 나를 잘 모르고, 나와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내 아내도 나를 잘 모르는데 어찌 타인이 나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보고 대략적으로 윤곽을 잡아보는데 그칠 뿐인 것이다.

요점은 그렇게 아는 것이 실수일 수도 있고 또 내가 가진 어떤 것으로 인해 나를 더 좋게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이용하려는 좋지 못한 동기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그 존재 자체가 사랑의 대상이 될지언정 도구처럼 이용되는 대상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평소 생각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은 사람같지 않은 사람인 것이다.

나는 요즘에 저 충청도의 연세드신 어른들이 씁쓸한 감정을 느끼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명절을 맞아 자신들의 부모가 있는 고향을 찾아가는데 그 목적이 순순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 늘 그렇게 찾아갔다면 무슨 문제가 있으랴마는 충청도가 행정도시로 예정된 후에 그런 현상이 나오니 뭔가 수상쩍은 것이다.

실제로 벌초하러 한번도 안 내려오던 자식들이 엄청난 보상을 받게 된 부모님들에게 손주들까지 데리고 내려오는 상황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어떤 이는 고향을 찾아오지도 않던 동생들이 매주 내려와서 농삿일을 돕고 있다고 말하며 씁쓸해한다. 그냥 가라고 돌려보낼 수도 없고. 세상은 역시 돈 가진 사람에게로 헤쳐모여 하는 모양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그들은 효자일 수가 없다. 아니 차라리 지금도 전처럼 하는 것이 더 효자일 것이다. 이제서 효자인척 하는 것은 부모를 마지막까지 이용해먹으려 드는 것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다 여의치 않으면 부모를 원망하겠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형제자매들끼리 정답게 모여 재산 분할 싸움을 하겠지.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 맞기는 맞는건가?

행정도시 이전이라는 전무후무한(수도 이전은 있었으나 행정도시 이전은 없었으니) 정책으로 인해 씁쓸한 효도가 늘고 있는 이 추석 무렵에 달에서 절구질하다가 발을 찧고 상처입은 토끼마냥 가슴 아파할 부모님들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후에 마음 아플 일 겪어도 지금 자식들 찾아오는 것만으로 좋아할 바보(?)같은 부모님들께 건배를 올리고 싶다.

문득 생각나는 옛 이야기 하나가 있다. 못되먹은 아들이 어머니를 죽인 후 재산을 챙겨서 산길을 도망쳐가고 있었다. 그때 귀신이 된 어머니가 아들을 쫓아왔다. 아들은 겁을 먹고 고무신 타는 냄새가 나도록 도망을 했다. 그런데 어머니 귀신을 뛰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한마디 했다. “아들아 빨리 뛰지마라. 넘어치면 다칠라”
기사입력: 2005/09/17 [02:22]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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