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분 첨가된 음식, 판매자가 먹어야
일부 상인, 돈벌이 위해 수은 첨가.. 소비자 식탁안전 위협
 
안희환 기자

 
              


사람에게 있어 먹는다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작업을 하는 것임과 동시에 인생을 즐겁게 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는 것이다. 누구라도 함께 먹으면서 친해지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또 혼자 먹는 것보다는 함께 먹는 것이 훨씬 맛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단순히 영양보충만이 목적이라면 혼자 먹으나 여럿이서 같이 먹으나 상관이 없어야 할 것이 아닌가?

먹는 장사가 남는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다른 장사가 안되는 시점이라 해도 먹는 장사는 여간해선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 아니던가? 얼마 전에 식당업자들이 솥단지를 집어던지며 문 닫는 음식점들에 대해 항의를 벌인 적이 있지만 그것은 국가적으로 경제상황이 최악이기에 그 여파가 먹는 장사에도 미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업종이야 진즉에 된서리를 맞은 상황이고...

아무튼 한 밤이 되어서 불을 밝힌 식당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무언가를 먹어대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우리집(3층) 근처의 식당들에도 사람들이 없을 때가 거의 없다(명절 때를 빼고는...). 그 덕분에 시끄러워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맛있게 먹고 힘을 내어 내일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의지려니 하고 넘어가는 중이다. 나 역시 먹는 것을 참 좋아하는 사람임을 상기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이처럼 생존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위해서, 또한 즐거운 삶을 위해서 먹는 음식에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있어서 화가 난다. 의정부 부대찌개에 들어간 햄 종류가 미군 부대에서 버린 쓰레기였음이 밝혀졌을 때 부대찌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혹시 내가 먹은 부대찌개가 미군부대의 쓰레기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납 성분이 들어간 꽃게를 대량유통 시킨 양심불량의 인간도 있었다. 콩나물을 키우면서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수은을 섞은 무시무시한 인간도 있었다. 공원의 벤치에 목마른 사람들 마시라고 농약 탄 요구르트를 살짝 남겨둔 엽기적인 인간도 있었다. 이미 유통 기한이 지난 아구탕 재료를 대충 섞어 판 몰상식한 인간도 있었다. 음료수를 만들어 팔면서 깨끗하지 않은 물을 대충 퍼서 그것으로 음료수를 만든 못난 인간도 있었다.

사실 이렇게 파렴치한 모습은 사회의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읽은 글에서 한 과자업체의 중견 간부였던 사람의 양심고백(?)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었다. 아이들이 잘 먹는 과자에 좋지 못한 성분이 많이 들어가고 위생적으로도 깨끗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은 아이들에게 과자를 먹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도 언짢은 마음이 들었는데 그 양심선언(?)이라고 하는 것이 제과업체를 나온 후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비양심선언인 셈이다.

최근엔 한약에서 수은이 다량 검출되었다고 한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산하 범의료한방대책위원회가 환자로부터 넘겨받은 한약들에 대해 사설 연구기관인 랩프론티어에 성분 분석을 의뢰하였는데 60개 한약 중 34개 한약에서 수은이 검출된 것이다. 수은이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그 기사를 접하면서 재작년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알고 있는 휘현이라는 초등학생이 있었는데 그 아이의 보모가 열심히 일을 해서 모은 돈으로 아파트를 하나 장만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내게 인사를 잘하는 휘현이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난 후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렸다. 휘현이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기껏 사놓은 아파트에 제대로 입주도 못하고 말이다.

후에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휘현 엄마는 몸이 자주 힘들었는데 그 때문에 한약을 계속 지어 먹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간이 안 좋은 상태에서 한약을 먹은 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켜 간이 녹아버렸다는 것이다(간이 녹을 수도 있나?). 간이 안 좋을 경우 해독작용을 제대로 못하는 상태가 되고 그런 상황에서 한약이 별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한약에 수은이 섞인 일이 많다는 내용을 접하면서 문득 그 일이 떠오르는 것이다. 어쩌면 휘현엄마가 먹은 한약에도 수은이 섞여 있었던 것은 아니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수은이 섞였다면 간이 나쁜 사람에게 당연히 치명적인 해를 끼칠 것이고 말이다. 그렇다면 건강하기 위해 먹은 한약이 사실은 독약이었다는 말이 되는 것인데... 그것이 아닐 것이라고 애써 자신을 추슬러 본다. 불쌍한 휘현이를 생각해서라도.

어떤 종류의 것이든 사람이 먹는 것을 판매하면서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 상대를 죽일 수도 있는 것을 만들어 먹게 하는 것이니 그렇게 말해도 과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의 경우 모르고 한 일이 아니라 알고도 한 일이라면 자신이 팔던 것을 일년간 먹게 하는 벌을 주는 것이 어떨까?(답답해서 해보는 소리다).
기사입력: 2005/09/18 [00:2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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