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시대를 역행하는 일본
주변국 반대에도 불구, 신사참배.. 반복되는 막가파식 행동
 
안희환 기자

▲야스쿠니 신사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지구촌 시대라고 한다. 촌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작은 단위이다. 서로가 서로의 사정을 잘 알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나 한 가족의 행동이 곧바로 이웃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는 단위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라와 나라 사이가 그만큼 가까워지고 서로간의 영향력을 주고받는 것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오늘날의 세상을 지구촌 시대라고 하는 것은 수긍할만한 일이다.

이렇게 나라 사이에 국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웃에 거하는 사람들처럼 쉽게 서로에 대해 알 수 있고 쉽게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 요인이 무엇일까?

1.
매스 미디어의 발달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봉화나 파발로 소식을 전하던 시대와 달리 지금 우리는 매스 미디어를 통해 땅 끝 소식을 바로 옆에서 보는 것처럼 접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각 나라에 퍼져있는 수많은 특파원들과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우리가 이전에 알 수 없었던 소식들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2.
교통의 발달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달에 말레이시아를 다녀왔는데 인천공항에서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꾸알라룸프르가지 6시간 30분이면 갈 수가 있었다. 작은 한국 땅에서 겨우 서울 오는데 몇 달씩 걸려야했던 시대와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하늘을 가로질러 그 먼 거리를 서로 오고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3.
경제의 발달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산업은 다각도로 발전하였고 각 나라는 자신의 나라에서 나지 않는 원자재를 수입하고 그것을 가공하든지 어떤 제품을 만들어 자국이나 타국에 판매를 한다. 어느 나라도 자국 안에서 나는 것만으로 국민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경제 혹은 무역의 발달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접촉을 빈번하게 만들고 서로 의존적인 관계가 되게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석유일 것이다.

4.
인터넷의 발달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속속들이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우리 손에 놓이게 된 것이다. 공개적인 매스 미디어를 통해 얻을 수 없었던 정보까지 인터넷을 통해 확보할 수 있고 또 인터넷은 어느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이기에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는 더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제 사회 속에서 이제는 어느 나라도 독단적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기가 어려우며 항상 외교라는 틀 속에서 자국의 정책도 결정해야 상황이 되었다. 자칫 일방적인 정책을 펼쳐나가다가는 국제적인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외교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며 상호간의 교류에 있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구소련의 침몰 이후 세계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게 된 미국조차 주변 나라들의 지지를 얻어내려 애쓰고 있는 것이며 때로 그런 여건을 무시하는 듯이 보여도 실상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라크 전을 수행하면서 여러 나라의 원조를 위한 외교적인 채널을 총동원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위해 대의명분을 만드느라 애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나라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돌연변이 같은 행동을 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 옆에 있는 일본이란 나라이다. 일본의 이상한 논리와 돌출행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느니, 일본의 한국 점령은 한국에 이익이 되었다느니, 한국의 문화는 일본을 베낀 것이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우리나라가 아직 일본의 식민지로 있었다면 어찌되었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하기가 그지없다. 다행히 일본은 전쟁에서 패전국이 되었고 전쟁을 도발한 전쟁광들은 전범이 되어 재판도 받고 처벌도 받았다. 그리고 종종 이상한 사고방식을 보이는 일본은 그 전범 중 14명을 야스쿠니에 안장시켰다. 결국 야스쿠니 참배는 전범 참배와 맞물려 나라간의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고.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고이즈미     © 안희환



그런데 일본 정가의 대표적인 인물이라 볼 수 있는 고이즈미 총리가 그 야스쿠니에 참배를 하였다. 주변 나라들의 강력한 항의와 비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야 짖어라 기차는 간다는 식의 태도로 참배를 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하루만인 18일에 200여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신사에 참배를 했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각국은 저마다의 입장이 있다”는 말이었다.

별종도 이 정도면 특급별종이다. 지구촌이 아닌 본건 영주 시대를 살아가는 듯이 일본의 태도에 아연실색하게 되는 것이다. 정당한 것조차 주변국에 피해가 된다면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국제 사회 속에서 명백한 잘못임에도, 그로 인한 주변국들의 반말이 심함에도 일본은 그런 것을 전혀 개의치 않고 독불장군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그런 일본의 태도는 경제가 발전하였으되 사고수준은 후진국에 머물고 있는 일본의 모습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한국 정부는 단호한 태도로 그런 일본의 행위를 규탄해야 할 것이다. 몸 사리며 굽실거리는 외교만으로는 일본의 돌출행동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 그 동안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 비해서도 늘 저자세였다. 그리고 그런 저자세를 통해 얻은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이제라도 한국이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다루는지 보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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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0/19 [08:5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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