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국제공항에 갇혔던 한국 청년
수준 미달의 국제공항도 있다
 
안희환 기자
▲인천국제공항의 야경     © 안희환

 
국제화 시대가 되면서 국제공항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일단 나부터도 내가 나갈 때와 다른 손님이 올 때 등 공항에 나가야할 일이 종종 생긴다. 텔레비전을 통해 유명인사의 입출국을 구경하기만 하던 때와는 많이 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제공항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천국제공항이 대표적인데 얼마 전에 승객이 1억 명을 돌파했다고 들었다. 지금도 계속적으로 승객이 늘고 있다고 하니 축하할 일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더욱 더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공항의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일단 내 경험상 인천국제공항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시설도 좋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내가 최근에 들린 공항은 말레이시아의 꾸알라룸푸르 공항과 꾸안탄 공항이다. 일단 꾸알라룸프르 공항의 경우 수도에 위치한 국제공항답게 시설도 괜찮은 편이었고 서비스도 좋아보였다. 꾸알라룸프르에게 꾸안탄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려면 공항 내 전철을 타고 가서 갈아타야 했는데 방법을 물을 때마다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덕분에 좋은 인상이 생겼다.

그런데 꾸안탄에 도착했을 때 접한 공항은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국내공항이라고는 하지만 고속버스 터미널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또 사람들이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불시에 불려 검문을 받기도 하고 짐을 수색당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친구의 말을 들으니 그럴 때는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기분이 더 언짢아졌다.

꾸안탄은 말레이시아에서 시골에 해당하는 지역이 아니다. 수도를 제외하고 가장 큰 도시는 조호바루이고 그 다음이 페낭이라는 곳이고 4번째로 큰 도시가 꾸안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설이나 서비스는 꾸알라룸프르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형편없었고 그 때문에 꾸안탄의 첫 이미지가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이다.

국제공항과 관련하여 10월 20일에 접한 소식 하나를 더 말하고 싶다. 박재신이라고 하는 청년이 겪은 일이다. 재신이는 지금 26살의 대학생인데(군필) 몇 개월 전에 캐냐로 갔었다. 어느 선교사님과 함께 머물면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경험도 하고 언어 연수도 하고 선교사님도 돕는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한 것이다.

그렇게 좋은 시간들을 몇 개월간 보내고 이번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역시 그곳에서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3개월간 더 배움의 시간을 가진 후에 한국에 돌아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재신이의 가족을 통해 재신이의 일정을 들었고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재신이가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깜짝 놀랐다.

직접 만나 사연을 듣고 보니 황당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캐냐의 나이로비 공항에서 짐을 남아공으로 보낸 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수속을 밟는데 느닷없이 사람들이 재신이를 데리고 가서 가두더라는 것이다. 졸지에 철장 안에 갇힌 재신이는 그곳에서 마음을 추스렸는데 그 안에는 인도 사람 하나가 잡혀 있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선교사님은 애가 타서 대사관등을 통해 도움을 청하기 시작하였고 4시간 만에 풀려난 재신이는 한국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결국 남아공으로 가는 비행기를 못 탄 것인데 그렇게 붙잡힌 이유도, 갇힌 이유도, 한국으로 강제 송환된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남아공으로 먼저 보낸 짐이다.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사측에서는 짐을 보내주겠다고 하는데 그게 언제 올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 남아공으로 가는 비행기표에 대한 환불 문제인데 그것도 분명한 답변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대략 50% 미만이 되돌려질 것 같다고 한다. 결국 알 수도 없는 이유로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인데 어디 하소연할 데도 마땅치 않다.

이런 부분들에서 후진국과 선진국의 차이점이 드러나는 것 같다.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갖추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승객의 편의를 도모하느냐 무시하느냐, 인권에 대해 존중하느냐 인정을 안하느냐 기타 등등. 선진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후에는 어떤 평가를 할까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앞서 말했듯이 지금은 국제화시대이다. 나라와 나라가 긴밀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세상인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인식조차 없이 자기들 내키는 대로 일을 처리하는 무지함을 보며 우리나라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번 다녀가고 경험한 사람들이 이 나라에 편안함을 느끼고 매력적인 나라라고 평가할 수 있도록 말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기자 블러그 http://blog.chosun.com/blog.screen?blogId=29204
기자 이메일 newpower@paran.com 
기사입력: 2005/10/21 [09:54]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