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권력의 시녀가 아니다
천정배 법무부장관 귀하
 
김영만 논설위원
▲천정배 법무부 장관    
지금 정국의 시계는 한치 앞도 내다 보기 어려운 말 그대로 ‘제로상태’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2일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동국대 강정구(사회학)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라’고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이에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자 청와대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수리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전무후무한 헌정 사상 처음 있는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직접 수사지휘권 발동 파문은, 이제 여야간 강대 강의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는 형국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수구보수 세력들의 총궐기라는 말 이전에,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선언이 국론분열이라는 말 이전에, 검찰총장이 ‘용퇴’를 할만큼 ‘지휘권 수용의 심정적 거부’의 원인 제공은 누가 먼저 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오히려 국민통합이 필요한 때 분열 교란작전을 써서 혼란을 부추긴 세력은 누구이며, 한미동맹을 통해 안보를 튼튼히 해야할 때 동맹관계를 깨는 선동 발언들로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 장본인은 누구인지요. 적반하장격 아닙니까?.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모범이 돼야 할 법무부장관께서 몸소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면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시중에 떠도는 말 그대로, 보수성향의 검찰수뇌부를 길들이기 위해서 칼을 빼든 것이라면 더욱 큰일입니다. 참여정부 사람들의 국정운영방식이 고작 이 정도인가에 그저 입이 떡 벌어질 뿐입니다. 

  이와 관련, 천 법무부장관께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진정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 위업 이룩하자” “6.25는 북한의 통일내전이며,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전쟁은 한 달 이내로 끝났을 것” “1946년 미 군정 여론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해방 직후 공산, 사회주의를 채택해야 당연했다” “주한미군은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실체” “평화나 자본주의식만이 통일인가. 하나로 합치면 통일이지”라는 강정구 교수의 발언 등이 우리의 헌법정신과 실정법에 맞는가를.  이게 단순히 학문의 자유 침해이며, 학자적 양심에서 나온 말입니까? 

  1996년 야당 초선의원 시절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가 옳다’며 대표발의할 때와 4년 전인 2001년 10월 문제의 검찰청법 규정의 예를 들어, 이 조항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악법이므로 ‘삭제해야 한다’는 입법청원을 낼 때와는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인가요? 아전인수 해석에 다만 놀라울 뿐입니다. 

 심지어 입법청원 소개서에서 “문민정부(YS시절)와 국민의 정부(DJ시절) 하에서도 검찰은 정치적 외풍을 강하게 받아왔고, 결국은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해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며 검찰중립을 강조하면서 가장 먼저 앞장 선 사람이 도대체 누구였습니까?  하루아침에 이렇게 변할 수 있습니까?

 천 장관에게도 “그때 그때 다른 말”이 나오리라 예상을 못했습니다. 무방비 상태에서 그냥 허를 찔리고 말았습니다. 

 “9년이 지난 오늘날 신념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지만, 9년 세월동안 민주주의와 인권, 검찰이 발전했기 때문에 검찰 독립이 문제가 될 수 없다”는 말에 그만 넋을 잃었습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여기서 강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 지휘권발동이 청와대와의 사전조율을 거친 것이냐, 아니면 혼자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냐를 놓고 진부한 말을 하진 않겠습니다. 또 장관을 떠나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 책임지라’는 어리석은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김 전 총장의 퇴임식이 있던 17일의 어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는 “법무부장관의 검찰에 대한 지휘권 규정은 민주적 통제의 유일한 수단”이요, “이 수단을 부인하거나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이것은 검찰을 특권 조직으로 만들자는 것 아니냐”는 천 장관의 말씀을 듣고 다가올 정국의 소용돌이 사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써 검찰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으며, 앞으로 정치권력의 가장 중심부로 들어와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된 단순한 수사기술자 내지는 수사기능공 집단이라 불러도 되겠는지요. 중립에 서서 자유롭기는 커녕 앞장서서 정치권 눈치나 봐야 하는 해바라기 법조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법무부장관이 몸소 보여주었음에 다름 아닙니다.
 
 ‘국가기관’으로서의 개개의 ‘검사’들의 집단행동과 집단적인 의사표시도, 평검사회의 개최도 안된다면, 결국 검찰은 권력의 시녀 아닙니까?

지휘권발동은 무엇인가: 검찰청법 “제8조(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은 그러나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제재조항의 명문규정은 없다. 

기사입력: 2005/10/21 [09:19]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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