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긴축에대한 단상
사회안전망 확충 시급 한때, 제정긴축 부적절
 
이상철 기자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하는 두 가지 암운이 있다.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가 그것이다. 양극화라는 ‘현재’의 고통에 저출산·고령화가 초래할 ‘미래’의 절망까지 추가하고 보면 우리는 절체절명의 긴박함으로 그 탈출구와 대책을 찾는 데에 사회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정부가 ‘희망한국 21’과 ‘둘둘플랜’을 통해 이에 대처하려는 시도는 이런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그 정책 내용의 빈약함은 실망스럽다. 이러한 빈약함의 배경을 따지고 보면 궁극적으로는 재정상의 한계로 귀결된다.
이런 시점에서 오히려 재정 규모를 더 줄이라고 긴축을 주장하는 이들의 용기와 신념은 참으로 돋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진정 옳은 것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첫번째 전제는 이런 사회적 위기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과 개인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거부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 연구에 따르면 세수 1% 감소는 고작 0.03%의 경제성장 촉진 효과만을 가져온다 할 정도로 미미하다. 비록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다 해도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의 조세와 재정 구조로는 소득 재분배 개선 효과가 4.5% 정도에 불과해 OECD 국가 평균인 42%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고,따라서 양극화의 자연치유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두번째 전제는 국민의 세부담이 한계에 달해 더 이상 추가적인 부담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년도 조세부담률은 19.7%,여기에 사회보장부담까지 고려한 국민부담률은 25.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역시 OECD 국가 평균이 각기 30%와 40% 안팎임을 감안할 때 국민의 추가 부담 여지는 물경 10%포인트나 더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국민의 세부담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며,궁극적으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라는 명목으로 ‘묻지마’ 투자를 지속하고 각종 낭비 요인을 제거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역으로 국민 삶의 지지대인 사회안전망에 효과적인 투자를 함으로써 국민체감을 높이고 서구 복지국가 국민이 누리는 안정된 노후와 가정을 사회가 보장한다는 신뢰가 확보된다면 악순환의 고리가 선순환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다.
 
세번째 전제는 재정 확충은 통화량의 증발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 침체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서면 더군다나 재정적자는 자살행위다. 그러나 이것 역시 신고전학파류의 이론적 가설에 불과하다. 1980년대 레이건에 의해 정책화된 이 가설은 오늘날 미국의 엄청난 쌍둥이 적자와 소득분배 악화만을 남겼다.
 
우리처럼 수십년을 단세포적인 성장우선정책만을 고수해 인적자본과 사회자본에 대한 투자가 결여돼 있고 이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훼손된 상태에서는 필요한 재원으로 이를 복원하는 것이 필수다. 단기적인 적자재정은 미래의 경제성장을 통해 다시 회복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적절하기까지 하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의 재정긴축 주장이란 시장을 만능으로 여기며 재정건전화를 맹목적으로 숭상하는 발상과 다름없다. 현재와 미래의 명백한 위기를 보지 않고 자신의 눈을 가림으로써 해결된다고 믿는 발상이다.
 
공평성을 기반으로 과세 기반을 확충해 나가고 소득재분배 효과를 거두는 방식으로 정부 재원을 늘린 뒤 이를 양극화 해소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방향에서 효과적으로 지출토록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일자리가 창출되고 유효수요가 증대함으로써 현재의 경기침체도 극복된다. 
기사입력: 2005/10/25 [12:07]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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