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는 원수나라?
이제 진정한 이웃나라는 없다
 
안희환 기자

▲일본의 화산     ©안희환


대한민국과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점수로 매기면 얼마나 높은 점수가 나올까? 80점 이상은 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60점도 안되는 점수를 맞을까? 그도 아니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맞을까? 산출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겠지만 대략적으로 생각해볼 때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한국과 일본의 관계만 생각해보아도 그렇다. 한류 열풍으로 인해 일본인이 한국인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혐한류]처럼 한국을 비하하는 만화가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가기도 했다. 한류 열풍이 너무 거세기 때문에 생기는 역풍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왜곡시키면서 한국을 깎아내리는 내용들로 가득한 만화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이다. 한국에 지대한 피해를 주었던 전범들이 안치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참배가 한국의 반발을 가져올 줄 알면서 참배를 밀어붙이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를 따라 함께 신사참배를 한 수많은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그래놓고는 한국이 왜 야스쿠니 신사를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능청을 떠는 고이즈미 총리의 모습은 추운 날에도 열이 나게 한다.

이런 상황이니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일본에 대해 더 많은 애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애’보다는 ‘증’쪽에 가까울 것이고. 축구 시합이 벌어져도 이런 반응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우리나라가 다른 어떤 나라와 경기를 벌이는 것과 일본과 경기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일본과 시합이 벌어질 때 경기도 응원도 훨씬 더 격해지곤 하는 것이다.

일본은 그렇다 치고 그러면 우리나라와 가까이 붙어있는 또 다른 나라인 중국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이 역시 종잡을 수 없는 관계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다지 좋은 관계라고 볼 수는 없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에도 한류바람이 불자 역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인이 직접 나서서 한류의 주역 중 하나인 대장금을 비판하는 소리를 하니 말이다.

어디 그 뿐인가? 중국에서 들여온 음식으로 인해 한국이 받은 피해는 상당하다. 그 덕분에 제재조치를 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인데 중국은 그런 한국의 반응을 못마땅해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인들이 기생충 김치나 납꽃게 등을 먹어야 한다는 말인가? 기준치를 훨씬 상회하는 납 함유량을 가진 차를 마셔야만 하는가?

사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푸대접도 심한 상태이다. 꿈을 가지고 중국에 진출했다가 큰 피해를 본 채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정리한 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 지금도 그런 기업은 계속 늘어가고 있는 추세인데 우리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더 이상 무리수를 두며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에 대해 중국 정부는 과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은 한국 정부에 엉뚱한 요구를 해왔다. 국산 화장품의 안전성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중국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며 자료를 요청했다고 식의약청 관계자가 밝혔는데 결국 중국에 수출되는 한국 화장품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허점을 잡아내려는 의도적인 요구라고 볼 수도 있고 말이다. 아마도 중국산 식품 파동에 대한 항의로 봐야할 것 같다.

이런 일련의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우리나라와 가까운 이웃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멀리 떨어졌으나 한국과 가깝게 느껴졌던 미국과의 관계도 이제 이전 같지가 않다. 한국을 더 이상 보호국이 아니라고 말하는 미국의 의도는 한국을 인정한다는 차원보다 한국에 대한 도움을 차차 거두겠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얼마 전에 일어난 맥아더 동상 철거 문제(좌파에서 주로 주장한 것이라 해도)로 인한 감정의 앙금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

가만 보면 한국과 진정한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이웃나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실리추구가 제일의 목표인 냉혹한 국제 현실 속에서 더 이상 온정을 기대하며 어설픈 외교를 펼칠 생각은 확실하게 접어야 할 것이다. 힘 있는 나라가 큰 소리도 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리저리 비위 맞추는 것으로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하는 생각은 유아기적인 발상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나아가 당당하게 자기의 목소리를 내며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모아 나라를 강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 약한 나라의 외침은 외침이 아닌 비명에 불과하며 그런 비명에 귀를 기울이고 달려와 도와줄 자비의 나라는 없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국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가 둘로 쪼개진 채 구석기시대에 퇴출되었어야할 이론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꾸 바보 같은 논쟁거리를 내놓고 그 논쟁에 휩쓸려 들어가는 국민을 보면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정 이 나라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인지 의문이 든다. 이제라도 파당 싸움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하는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버리고 진정 이 나라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찾아야할 시점이다.
기사입력: 2005/10/26 [09:26]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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