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김치 먹으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배추에서도 기생충 알" 대책없이 발표한 당국탓... 불신 극치
 
김영만 논설위원
 

 도대체 무얼 먹으라는 말인지 정말 한심하다. 중국산 김치는 그저 그렇다고 치자. 아니 국내 시중에서 생산되는 16개 김치 제품에서조차 기생충 알이 검출되다니. 이젠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식품 행정당국의 안이함에 기가 찰 뿐이다. 

 더 나아가 식품당국은 김치의 주원료인 국내 생산 배추 165건에 대한 검사에서도 무려 8건에서 회충 알과 개‧고양이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발표, 먹거리 전반에 대한 불신감만 더하게 됐다. 원인이나 대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이렇게 불쑥 발표만 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며칠 전부터 중국의 수입산 김치에서 납김치와 함께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난리를 칠 때만 하더라도 국내산 김치는 괜찮겠거니 했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근 한달 가량 중국산 김치의 기생충 알이 어쩌고 하더니 국산김치도 중국산과 피장파장 똑같다는 결론이기에 더욱 충격적이고 허탈한 것이다. 

 아니 우리 식탁의 가장 주종인 김치마저 마음놓고 먹을 수 없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느냐 말이다. 어찌했기에 우리 국민들은 김치조차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단 말인가. 

 김치마저 그렇다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우리 식품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식탁 앞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차제에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개념을 도입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가 식품관리당국의 이번 대응을 보면 더욱 화가 치민다. 일이 터지자 일단 부정을 하면서도 안심하고 먹으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또 인정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계속 반복하면서 국민들을 우롱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번 중국산 납김치 파동 때만 하더라도 식품의약품 안전청은 검출된 납의 함량에는 문제될 것이 없으니 안심하고 먹으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 후 열흘이 지나면서 기생충 알 검출을 발표해놓고 다시 또 열흘만에 국내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 어쩌라는 것인가. 

 이런 뒷북치기식의 행태는 중국산 민물고기 파동 때와 거의 흡사하다. 보건당국은 중국산 민물고기에서 발암 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됐다고 발표할 때도 국내산은 안전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두 달도 안돼 국내산 송어와 향어에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하지 않았는가. 무해하고 유해하고를 떠나 꼭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까 이해하기 힘들다. 

 이번 일로 국가의 신뢰마저 떨어져 더욱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래 “너희들은 얼마나 깨끗한가 보겠다”며 반발해온 중국에도 더 이상 입을 다물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사 등 중국의 언론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인용 보도하고 있잖은가. 오죽하면 “중‧한 김치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까지 하겠는가. 

 여기에 정말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세계시장에서의 한국의 이미지 손상이라는 것이다. 대표적 식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김치에 대한 세계시장에서의 이미지 실추가 더 크지 않는가 조용히 뒤를 돌아볼 때이다. 중국의 발표와 함께 우리 당사국인 보건당국에서조차 ‘기생충 김치’를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억울하다고 할 게 아니라 이 모두는 식품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에 그 잘못이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했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을 지적하는 말이다. 

 정부 당국에 바란다. 제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식”의 뒷북행정을 끝내고 평소부터 사전점검을 통해 단속하고 관리하기를 당부한다. 그것만이 땅에 떨어진 식품행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요, 그것만이 참여정부에 실망해 등을 돌렸던 여론이 다시 돌아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사입력: 2005/11/07 [03:08]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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