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인터넷 문화
사이버상의 악풀폐인들에게
 
안희환 기자

▲일부 네티즌 악플을 재미로 하는 듯.. 욕설 난무    

 
인터넷 토론방 혹은 블러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지 1년가량 되어간다. 그러고 보면 인터넷 문화에 많이 뒤떨어진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뒤늦게 맛을 보면 더욱 정신없이 달려들듯이 나 역시 뒤늦데 인터넷 문화의 맛을 본 후 정신없이 뛰어들고 있는 중이다. 글이야 원래부터 좋아했고 많이 써왔던지라 하던 대로 하는 반면 그렇게 쓰인 글을 부지런히 사이버 세계에 소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덕분에 얻었던 유익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생겼다. 글을 읽어주기 전에도 글 쓰는 것이 좋아서 글을 써왔지만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마치 혼자서 흥얼거리는 것도 즐겁지만 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욱 즐거운 일이듯이 말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좋았다. 내가 글을 올리고 난 후 다양한 분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댓글로 달아주었는데 그 가운데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깊이 있는 내용들이 다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보다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었고 다른 방향 혹은 다른 측면에서의 생각을 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글에 대한 댓글로 얻는 사고의 다양성보다 더 큰 즐거움인데 그것은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는 특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 농부, 교수, 음악가, 산악인, 변호사, 미술가, 목사, 주부, 학생, 교사 등등 실로 다양한 분들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혹은 이메일로, 혹은 전화로, 혹은 직접 대면하여 만나면서 정말 귀한 분들을 벗으로 삼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이버 세상에서는 이런 유익과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당히 언짢은 일을 겪기도 해야 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 블러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어떤 한 사람은 나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면서 비방의 말을 하였다. 기독교 이단이라고 알려진 만민교회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들을 비싼 돈 들여 조기 유학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내용은 나와 상관없는 것들이다. 나는 만민교회와 관련을 맺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내 아들을 말레이시아에 보낸 것은 한국에서의 비용만큼도 들지 않았다. 그것은 내 친구가 말레이시아의 자기 집에 내 아들을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난 사실은 조선일보 블러그의 댓글달기를 로그인 한 후 가능하게 했더니 그런 악플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즉 자신이 드러나는 경우가 되니 슬그머니 사라진 것이다.

내가 연관을 맺고 있는 문학카페들의 경우 로그인 한 후 댓글을 달 수 있기에 반대를 하는 의견을 내놓을 경우에도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익명으로 댓글을 달 수 있는 미디오몹(상당히 토론이 활성화된 곳이다) 같은 경우는 또 다른 경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함부로 비난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대뜸 반말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글에 대한 분석은 하지도 않은 채 감정적인 대응만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물론 어떤 분들의 글은 참으로 예리하여 혀를 찰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내 생각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분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든다.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도 든다. 그러나 어설픈 악플은 글쓰기를 그만 두고 싶게 만들 만큼 언짢은 마음이 들게 하는데 그건 나만이 겪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조선일보의 기자이신 김창균님이 쓴 글 중에 [악플폐인]이라고 하는 인상적인 글이 있는데 소개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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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공의 적 초반부에 나오는 장면.
악당역을 맡은 이성재가 자기집 목욕탕에서 혼자 거친 욕설을 뱉어 내다가 목욕탕을 나서는 순간 자기 아들을 번쩍 안고는 다정하고 교양있는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 옵니다. 이성재의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암시해 주는 장면이었죠.

인터넷의 댓글을 읽다 보면 정말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기 이렇게 거친 말들을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그렇게 악의적인 댓글을 주로 다는 사람들을 악플 폐인이라고 한다던가요. 저도 악플 폐인의 정체가 궁금했었는데 사실은 바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아주 멀쩡해 보이는 이웃들중에 악플 폐인이 있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엔 적잖은 악플이 따라 다닌다는 것은 굳이 새삼스런 설명이 필요 없을 테고요...

정치부 있을 때 후배 하나가 자기 기사에 달린 도가 지나친 악플들에 열(?)이 받아서, 그 악플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한번 썼었습니다. 몇개의 대표적인 악플 내용과 그 아이디를 함께 적었지요. 다음날 아침 신문에 실릴 기사를 디지털 조선에 먼저 띄웠습니다. 그런데 그 악플의 주인공중에 한명이 그 기사를 디조에서 발견하고 부랴부랴 후배에게 연락을 해 왔습니다.

"기자님, 그 아이디는 우리 회사에서 쓰는 것이라서 신문에 나가면 내가 그런 댓글을 썼다는 것을 다 알게 됩니다. 제발 이름을 빼주십시요."

아닌게 아니라 아이디를 보니 알만한 대기업 계열사 직원이었습니다. 사정을 듣고 그 악플을 기사 케이스에서 제외했습니다. 다음날 그 주인공이 후배에게 이메일을 보내왔고 저도 보게 됐습니다. 너무 너무 공손한 말투로 악플에 대한 사과와 기사에서 자기 아이디를 빼준데 데한 감사의 뜻을 함께 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메일과 그 주인공이 썼던 악플을 비교해 가며 다시 읽어 봤습니다. 두 글의 주인공이 동일인물일 수 있을까 믿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악플을 쓰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일 수 있겠구나. 평소엔 교양있는 신사 숙녀처럼 행동하던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에선 상스런 욕설을 내뱉는 사람으로 돌변할 수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악플 읽으면서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야"라고 궁금해 하셨던 분들, 바로 여러분 옆에서 상냥한 말투로 인사를 걸어오는 사람들 속에 그 주인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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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악플의 정체를 잘 드러내는 말인가? 얼마나 사람의 이중성을 잘 고발하는 글인가? 부드러운 필치로 존댓말을 써가며 쓴 짧은 글이지만 내게는 그 어떤 글보다 신랄한 비판이 담겨있는 글처럼 다가왔다. 그래 참 묘사를 잘 했구나 하는 생각에 무릎을 치며 읽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아주 특이한 경험을 했다. 인터넷의 다양한 커뮤니티(다음 네이버 엠파스 파란 야후 등등)에서 내 이름을 검색했더니 내가 올린 다양한 글들이 뜨는 것이다. 그중에 내가 관여하지 않던 사이트에 내 이름이 뜨는 것을 보고 확인해보니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스크랩해서 올린 것들이었다. 참 반가운 마음이 들어서 여러 개를 읽어보았다.

흐뭇한 마음으로 다른 분들이 옮긴 내 글의 스크랩을 읽던 중 한 사이트에서는 내 글에 대한 엄청난 악풀들이 실렸음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조선족 최대의 사이트라고 소개한 다음의 카페였는데 조선족에 대해 쓴 내 글이 실려 있고 그 글에 대한 엄청난 공격의 댓글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었다. 차마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댓글이여. 내가 조선족을 모욕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내가 직접 올리지도 않은 글 때문에 내 이름이 잔인하게 난도질당하고 있던 광경을 보고 나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생각 같아서는 그 카페에 뛰어들어 한 바탕 논쟁을 벌였으면 싶기도 했지만 부질없는 짓인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또 다시 마음속에 스며드는 언짢음이여. 이래서 사람들이 실명으로 글쓰기를 꺼려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 그런 식으로 악플을 다는 이들도 막상 대면하여 만난다면 예의를 갖추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사람이 가진 이중성이리라. 아수라백작처럼 두 얼굴을 가진 것이다. 아니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할 것 같다.

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비록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익명이라는 것을 무기로 악풀들을 달아대지만 그것 역시 자신의 인격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러나 적어도 자기자신만큼은 자기의 이중성을 자기 눈으로 보는 셈이니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악플폐인이라는 신종 폐인을 만들어낸 현 세대에서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자살행위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실명이 드러나는 곳에서는 잠잠하겠지만 익명이 보장되는 곳에서는 물 만난 고기처럼 헤엄쳐 들어올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대 악풀폐인들이여 기다리고 있으니 다가오시라. 이왕이면 그러지 않는 것이 더 좋고...
기사입력: 2005/11/07 [15:3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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