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프랑스의 아전인수
우리의 잘못은 철저히 반성하자
 
안희환 기자
  
 ▲ 프랑스 전통의상


아전인수란 말과 역지사지란 말은 정반대의 말이다. 아전인수는 자신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인 반면 역지사지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것이니 정반대인 것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은 역지사지의 방식보다 아전인수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자신의 입장에서 자기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한번은 서로 싸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명은 상대방이 잘못이라고 씩씩거리는데 다른 한 명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확실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기에 만날 수 있는 접촉점을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그럼에도 두 사람 사이에 뚜렷한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자기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생각하며 말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사고방식을 요즘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에서 확실하게 보고 있다. 최근에 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런 현상을 목격하였는데 하나는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에서 보았고 다른 하나는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에서 보았다. 먼저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인데 얼마 전 우리나라 신문에서 한참 떠들던 것들이 있다. 중국산 식품에 대한 것들인데 그 내용은 상당히 부정적인 것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해서 난리가 났던 일인데 나 역시 그 일을 접하면서 좋지 않은 마음이 있었고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썼었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 중국 정부에서는 한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발표하였으며 한국의 일반적은 반응은 중국이 자국김치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에 대해 한국에 보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많았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서 폭탄 같은 기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한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온 것이다. 16개 김치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되었고 더 나아가 국내 생산 배추에서도 회충 알과 개, 고양이들의 기생충 알이 나왔다니 할 말이 없다. 결국 중국 정부는 제대로 발표를 한 것인데 우리는 우리 입장에서 중국이 보복적인 조치를 한 것이라고 펄쩍 뛰었으니 얼마나 아전인수적인 태도였는가? 이 일에 있어서는 분명 부끄러움을 느꼈다.

최근 국가 간의 아전인수에 대해 분명히 느낀 또 하나의 계기는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에서였다. 미국은 최근에 겪은 카트리나의 피해와 더불어 프랑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만 했다. 프랑스는 미국사회에 만연한 인종 갈등문제를 짚고 넘어가면서 미국이 사회통합에 실패한 나라라고 비판한 것이다. 미국은 그런 프랑스의 태도로 인해 곤욕스런 입장이 되곤 했었다.

그런데 거꾸로 프랑스에서 이슬람과 아프리카계 청년들의 폭력사태가 일어나자 이번엔 프랑스가 집중공격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 영국, 스페인, 독일, 미국 등의 주요 언론매체가 프랑스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프랑스가 미국을 비판한 내용 그대로 프랑스가 사회통합에 실패했다는 비판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에 프랑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외국 언론들이 프랑스를 사회통합에 실패한 나라로 낙인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미국 언론이 너무 공격적으로 프랑스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프랑스의 태도는 얼마 전에 미국이 사회통합에 실패했다고 비판하던 태도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데 이 역시 자기중심적인 해석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과 중국, 미국과 프랑스의 아전인수적인 태도는 내게 씁쓸함을 안겨주었다. 그 아전인수식의 사고에 나 역시 매여 있다는 것을 드러냈기 더더욱 그랬다. 중국산 김치에 기생충 알이 있었다는 것에 분노했으면서 우리나라의 김치에 기생충알이 있다고 한 중국의 반응에 일단 거부반응부터 보인 내 태도는 내가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아전인수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든 것이다.

사람이 정세를 분석하고 평가를 내리다 보면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신중하게 상황을 파악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또한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다 깊이 사고하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속한 곳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사람은 없으며 영향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최소화하지 않는다면 큰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역지사지보다는 아전인수에 더 기울어지는 나 자신, 사람들, 국가의 모습이라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진실이라고 한다면 너무 거창한 표현이 될 것인가? 일단 내 자신을 좀도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기사입력: 2005/11/08 [09:36]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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