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측의 합리적인 기숙사 선발 필요
 
홍경석 기자

 새해가 되면 대학교 2학년이 되는 여식으로부터 엊그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지금 기거하고 있는 서울의 모 대학 기숙사에서 오는 2월 말이면 나가야 할 것 같다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우울한 소식이었습니다.

그같은 연유는 이번에 그 대학에 합격한 수시와 정시모집의 신규 입학생들이
기숙사에 입사(入舍)하는 때문입니다.

여식이 다니고 있는 대학 역시도 거개의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랜덤 방식으로 선발하는 지라 그야말로 운이 좋아야만 계속하여 그 대학의 기숙사에서 기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운이 없으면 기숙사에서 나와야 한다는 원초적인 딜레마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장 여식이 기거할 방을 얻어주어야만 하는데 그렇지만 제 형편이 워낙 어려운 지경이다 보니 그리 할 수 없어 고민이 태산과도 같습니다. 그러한 빈궁의 형편을 익히 알고있는 터여서 여식은 어제도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그리곤 제가 녀석에게 독립된 방(원룸 혹은 전세)을 얻어 줄 형편이 못 됨을 알고 있기에 여식은 자신의 대학에서 가까운 서울 신림동의 고시촌에 있는 고시원 방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하는 것이었습니다.

"... 그래, 그럼 가격을 알아보고 다시 연락하거라..." 힘없이 통화를 마치곤 이내 저는 낙담의 어두운 그늘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저는 낼모레면 지천명의 언덕에 오르는 필부입니다. 헌데 능력도 없고 가진 것도 없다 보니 허구한 날 어렵습니다. 

여식은 올해 대학에 합격하여 그동안 그 대학의 기숙사에서 생활을 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로 그동안 여식의 주거지가 그 대학의 기숙사였는지라 맘을 푹 놓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하지만 앞으론 기숙사를 나와 고시원의 방에서 혼자 생활하자면 경제적인 부분 외에도 그 얼마나 불편한 게 많을까 싶어 벌써부터 저의 근심은 장강(長江)을 이루는 것입니다.

사람이 비록 한 치 앞을 보지 못 한다고는 하지만 여하튼 지금 저는 작년 이 맘 때의 어떤 결정이 후회막급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작년 이 맘 때 여식은 수시 2차모집에서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과 경기도에 위치한 모 의대에 동시합격했습니다.

근데 그 의대에서는 대학졸업 때까지 전원 기숙사생활을 보장해준다고 했었거든요. 하지만 가뜩이나 빈궁한 처지에 10년 이상이나 가르쳐야한다는 의대는 도무지 뒷바라지 할 여력이 없어 학비가 저렴한 국립대학인 신림동의 S대학으로 진학을 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작년의 결정이 지금에 와서는 기숙사의 퇴사문제와 맞물리게 되니 후회의 밀물로서 닥친다는 것입니다. 주지하듯 지금 각 대학은 우수학생의 선발에 경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랜덤 형식에 의한 대학의 기숙사 선발 기준과 방식은 저의 경우처럼 없이 사는 서민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고통(!)과 좌불안석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진부한 얘기겠으나 지방에 사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녀가 대학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안도감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학마다 고유의 시설물(들)을 건립했다고 자랑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외면보다는 실용적인 것, 그러니까 학생들에게 반드시 긴요한 기숙사와 같은 시설물들을 더욱 많이 지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기숙사 생활을 원하는 모든 학생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물론 한정된 대학 예산 등을 고려할 때 그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대학은 모름지기 미래의 동량들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겠습니까? 하여 조금 더 예산을 확충해서라도 기숙사를 증축하여 저처럼 지방에 생활 근거를 두고 있는 빈곤의 자녀들에겐 대학 측에서 기숙사의 우선 기거라는 배려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여식과 제가 기숙사 퇴사 문제로 인해 전전긍긍하고 애간장을 태우는 일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오늘부터 여식은 자신이 기거할 고시원을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고시원이 호텔과 기숙사가 아닌 지라 빈곤하고 무능한아비인 저의 마음은 지금 엄동설한의 추위보다도 더 한 혹한과 괴로움으로 쌓여가고만 있습니다.

대학 측의 합리적이고 융통성 있는 기숙사 선발을 목하 바랍니다.
기사입력: 2005/12/28 [08:02]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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