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비극 우리나라선 없어야
중국인 전통의 사오관셴스(少關閑事) 유감
 
홍경석 기자

모 신문의 국제면 황당뉴스에서 실로 어처구니없는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건은 지금도 시내버스 안내양이 있는 중국의 베이징(北京)에서 일어났답니다.

마오마오(毛毛)라는 14세의 여중생이 엄마 아빠와 함께 북경의 시내버스에 올랐습니다.헌데 중년여인인 버스 안내원은 마오마오의 엄마를 향해 차비 2위안(약 250원)을 더 내라고 윽박질렀답니다.

마오마오는 방금 버스에 올랐는데 경로우대 대상인 자신의 아빠(74세)를 제외하고 엄마(58)와 자신의 몫으로 각각 1위안씩 모두 2위안어치의 차표를 막 산 뒤였답니다.

엄마가 "훠커우(豁口)에서 탔으니 한 사람 당 1위안씩이 맞지 않느냐"고 항변했으나 안내원은 "신제커우(新街口)에서 탔으니 1위안씩을 더 내야 한다!"고 우겼습니다. 그러자 마오마오의 엄마는 억센 안내원 여인과의 말다툼에 승산이 없어 보이자 표를 더 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중생 마오마오는 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던가 봅니다. 방금 신제커우에서 훠커우까지 걸어가며 옷가지와 책 몇 권을 산 뒤 버스를 탔는데 안내원은 신제커우에서 버스를 탔다고 우기니 아마도 대단히 억울했겠지요. 참고로 저는 일전 북경에 여행을 다녀오긴 했습니다만 훠커우(豁口)가 어딘지 신제커우(新街口)가 어디인지는 통 모릅니다.

다만 유추하건대 우리의 서울로 치자면 아마도 노량진과 그 지척인 대방동을 일컫는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습니다.

여하간 마오마오는 목소리를 낮춰 엄마에게 속삭였습니다. "무슨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정말 말 같지 않아!" 그러나 당나귀처럼 귀가 밝은 안내원은 이 말을 듣자마자 번개같이 달려들어 마오마오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한 손으론 목을 눌렀습니다.

마오마오는 안내원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으나 엄마는 울음 섞인 비명만 지를 뿐 여인을 당해내지 못 했고 명문 칭화(淸華)대 교수 출신이라는 그의 아빠 또한 그저 힘없는 노인에 불과했답니다.

결국 기절한 마오마오는 버스 밖으로 던져지듯 밀려났으며 그의 삶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이처럼 충격적인 이야기는 지난 10월 4일 오후 3시 쯤 중국 베이징의 726번 시내버스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은 해당 버스회사가 언론의 사건 취재를 조직적으로 저지하는 바람에 즉각 보도되지 못 하다가 이번에 밝혀진 것이랍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련한 여중생 마오마오가 숨져갈 때 중국의 승객들은 그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물끄러미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중국인 전통의 사오관셴스(少關閑事) 의식이 극명하게 표출된 사례라는 군요.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그래서 최근호에서 이 사건을 재조명하며 중국인들의 보신주의와 정의감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합니다. 그같은 충격적이고 가히 엽기적인 보도를 접하면서 과연 우리나라에서 그처럼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어찌 되었을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렇다면 일전 개똥녀 사건과 마찬가지로 단박에 인터넷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면서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을 것입니다. 가면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진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중국인들의 그같은
사오관셴스 의식보다는 이웃과 주변의 어려움과 고통을 간과하지 않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살아있다고 믿습니다.

그러하기에 지하철에서 뛰어내리는 승객 (그것이 고의든 실수든)을 수많은 다른 승객들이 앞다퉈 구출해내는 것이겠지요. 겨우 버스 값 좀 모자르다고 어린 학생을 목 졸라 죽이는 나라의 사람과 남의 어려움을 보고도 남의 일이므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중국인 특유의 못 된 관념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중국이 무서워집니다.

어릴 때부터 자녀교육을 올바로 시켜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중국에서의 그러한 끔찍한 일이 발생해선 결코 안 되겠습니다.   
기사입력: 2005/12/29 [12:37]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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