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은 고해를 건너는 여정
 
홍경석 기자

사람은 누구라도 이런저런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조우하면서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서 때론 도움을 받을 수도, 반대로 제가 도움을 줄 수도 있음이지요.

저와 같은 경우는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 한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아내와는 그로 인해 다툼을 하기도 했습니다. 연전 사정이 몹시 어려운 친구가 사정을 하기에 아내와는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돈을 꿔 주었습니다.

저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꿔 줬던 것이었지요. 이후 집으로 도착한 카드대금 청구서로 인해 비밀이 탄로나자 아내는 "우리도 가뜩이나 살기 힘든 판에 꿔 줄 돈이 없다고 아예 현금서비스까지 받아서 주는 사람은 세상에 당신밖에 없을 것"이라며 닦달했습니다.

그런데 돈이 거짓말을 하지, 사람이 거짓말을 하나라는 속언처럼 "(꾼 돈을) 금방 주겠다."던 친구는 그 후로 사정이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꿔 준 돈은 1년이 다 되어서야 겨우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사용했던 신용카드의 매달 이자는 당연히 제가 지불해야 했음은 물론이었지요. 최근 후배 중의 하나가 정신을 못 차리는 친구가 있습니다.
연전 어찌어찌 하여 이혼을 한 뒤로 하지만 그 후유증이 지금도 잔존하는 관계로 삶에 의욕을 느끼지 못 함은 같은 남자로서 이해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고작 노동일을 하면서도 그 날 번 돈이 수중에 있으면 홀라당 술로 다 먹어 없애는 못 된 습관의 소유자입니다. 그리곤 "밥도 못 먹었으니 밥을 사 달라"든가 "1만원만 꿔 달라"는 등의 다분히 저급의 행태를 보여오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게 밥과 술을 사 주면서 그렇게 살지 말라고 몇 차례나 주의도 주었고 인생 선배로서의 어줍잖은 인생 상담 역시도 마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배의 한심한 작태는 여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습니다.

엊그제도 노동일을 한 대가로 일당을 기십만원이나 받았다는데 하지만 그 피와도 같은 돈을 술값으로 흥청망청 모두 날려 버렸다며 밥을 사 달라고 오늘 또 저를 찾아왔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다 못 해 은근짝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하여 "다시는 이런 일로 날 찾아오지 말라!" 며 노골적으로 폄하하고 홀대하여 보냈습니다. 우리네 삶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어차피 고해(苦海)를 건너는 여정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삶을 일컬어 고통을 밥으로 슬픔을 국으로 먹고 사는 존재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자신의 현주소만이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대상이라는 왜곡된 사관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이팅게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멋진 선물이기에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입에 쓴 말을 하여 비록 마음은 아팠지만 이를 양약고구(良藥苦口)로 삼아 후배가 심기일전하여 더욱 열심히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새해엔 후배가 철이 더 들기를, 아울러 보다 치열하게 삶의 강을 건너길 바랍니다.    
 

기사입력: 2005/12/30 [09:39]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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