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왜곡용어는 언어폭력이다
정책 능력 비하 용어 총동원 "참여정부는 무능정부?"
 
이준
‘정치올인론’, ‘댓글정치’, ‘경포대’, ‘386정권’, ‘아마추어정권’, ‘나토정권’, ‘건달정부’, ‘코드인사’, ‘보은인사’, ‘회전문인사’, ‘포퓰리즘’…. 지난 한해 언론을 화려하게 장식한 용어들이다. 개중에는 뿌리도, 의미도 알 수 없는 신조어도 있고, 본래 의미를 떠나 이념 공세 수단으로 악용된 용어도 있다.

이처럼 참여정부 들어 정부 정책을 왜곡하거나 대통령을 폄하하는 비합리적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에게 정부정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부에 대한 냉소적 불신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정부와 국민 간 소통을 막는 ‘언어폭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정치올인론’이다. “1월 ‘경제올인’→ 7월 ‘정치올인’”(문화 7.6), “노대통령, 경제침체 속 정치에 올인하나”(조선 7.6) 등 ‘정치올인’이라는 용어를 통해 대통령이 정치에만 전념하고 마치 민생·경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

대통령 정치적 발언은 모두 민생·경제포기로 왜곡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도 같은 뜻으로 쓰인 왜곡용어다. 정치와 경제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함으로써 ‘정치올인=경제포기’라는 등식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구분은 비정상적 정치구조를 해소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을 모두 ‘민생·경제 포기’로 왜곡시키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치와 경제의 유기적 상호작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하고 단순화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2006년을 앞두고도 조선일보는 ‘내년경제, ‘경제올인’이냐 ‘정치올인’’이냐에 달렸다’(2005.12.20)는 사설을 게재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에 ‘올인’할 수도, 정치에 ‘올인’할 수도 없다. 경제도 정치도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고, 또 다른 분야에서 정부가 추진해야 할 많은 정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책 능력 비하 용어 총동원

참여정부를 무능정부, 실패한 정부로 낙인찍기 위해 정부를 싸잡아 비난하는 용어들도 많다. ‘아마추어정권’, ‘나토정권’, ‘건달정부’, ‘로드맵정부’ 등 나열하기조차 어렵다. 참여정부 초기에는 주로 ‘386정권’, ‘좌파정권’, ‘반미정권’ 등 참여정부의 이념 정체성을 문제 삼더니,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정부의 정책능력 자체를 비하하는 용어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나토정권’은 ‘No Action Talk Only’의 첫 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실적이라고는 없이, 입만 가지고 지난 3년을 버틴 ‘나토정권’”(전여옥 대변인 논평 11.6)이라는 정치적 발언이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보도됐다.

‘건달정부’라는 말도 점잖은 언론에 등장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말이지만 “현 정권은 아무것도 안하는 건달정부”라는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의 발언은 한달 가까이 언론의 지면을 장식했다. “이 정부는 하는 일 없는 건달정부”(조선 2005.11.5), “건달정부, 무사고 기도하는 수밖에”(동아 사설 2005.11.7) 등 뉴라이트닷컴과의 인터뷰 내용을 주요기사로 부각하고, 사설·칼럼 등을 통해 수차례 재인용했다. 그러나 이처럼 터무니없는 용어들이 언론보도와 지식인 칼럼, 정치인발언 등을 통해 순환하며 확대재생산 되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만 낳을 뿐 국민생활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정부정책에 대한 잘못된 인식 조장

왜곡용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들에게 정부정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정부정책을 왜곡하는 대표적 용어는 ‘포퓰리즘’이다. 언론은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정책마다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평가절하 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도, 사회안전망도, 부동산정책도 모두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한마디로 규정됐다. 심지어 “포퓰리즘 입법”(문화 2005.9.29), “빚 얻어 생색내는 적자(赤字) 포퓰리즘”(조선 2005.10.4) 등 ‘포퓰리즘’이라는 용어는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이념적 공세의 수단이 됐다.

이 포퓰리즘이라는 용어가 참여정부에서 만큼 일상적으로 쓰인 적도 없었다. 90년 이후 KINDS 검색결과(10개 중앙일간지, 중앙일보 제외) 한국신문의 포퓰리즘 언급 횟수는 참여정부에서만 1149건(2005.12.7 현재)으로 전체의 71.9%를 차지했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432건이었고, 문민정부에서는 14건이었다.  

포퓰리즘이 정부 정책을 폄하하는 왜곡용어로 사용되고 있다면, ‘코드인사’라는 말은 참여정부 인사정책 전반을 왜곡하는 용어다. 능력이나 전문성에 대한 검증에 앞서 출신지역, 정파적 이해관계만을 따져 이른바 ‘코드’에 따른 인사로 규정하고, 부적적한 인사인 것처럼 불신과 비판담론을 형성하는 것이다.

언론은 한발 더 나아가 ‘코드인사’와 같은 의미로 ‘보은인사’, ‘우박인사’, ‘번지점프인사’ ‘회전문 인사’ 등 다양한 왜곡용어들을 생산해냈다. 그러나 국정운영 및 정책방향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기용하는 것은 책임정치 실현을 위해 자연스런 일이다. 그것을 ‘코드에 맞는 사람들만의 참여’로 폄하하는 것은 참여정부 하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인사시스템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조중동 사주·사장의 코드인사는 어떻게 답할까?"

이와 관련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4일 경향신문에 쓴 ‘‘코드인사’의 비판의 코드’라는 글에서 “현정부 출범 이후 조중동이 유행시킨 단어가 ‘코드 인사’”라며 “장관 코드 인사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면 ‘통수권자의 국정운영 철학을 내각에서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조중동의 핵심간부들은 사주나 사장이 어떤 기준으로 임명했을까? 코드인사라고 비판하면 뭐라고 답할까?”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 ‘낙선자 봐주기’니 ‘PK 편중인사’니 하는 비판이 많았지만 중앙인사위원회가 집계한 역대정부 정무직 지역균형지수(인구분포도와 공직분포도의 괴리를 나타내며 작을수록 균형)를 보면, 이승만정부(64) →노태우정부(44) →전두환정두(42) →김영삼정부(41) →윤보선정부(38) →김대중정부(17) →참여정부(14) 순으로, 참여정부 인사가 가장 지역적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참여정부를 폄하하기 위해 동원되는 왜곡용어들은 사실에 근거한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인신공격에 가까운 언어폭력의 성격을 띠고 있다. 대통령을 비하하고 정부를 ‘건달정부’라고 깎아내려서 얻을 것이라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  뿐이다. 그것은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어렵게 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좀더 성숙된 자세와 성찰이 아쉬운 대목이다.
기사입력: 2006/01/05 [04:4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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