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의 우스움 그리고 섬뜩함
큰 소리로 칭찬하고 작은 소리로 비난한다면...
 
홍경석 기자
출근하면 맨 먼저 커피를 마십니다. 그리곤 제 책상의 PC를 부팅하여 인터넷에 접속합니다. 우산 도착한 이메일을 확인하고 이어서는 뉴스창으로 이동합니다.

종이신문도 십여종이나 배달돼 있지만 기실 요즘엔 주마간산으로 읽게 되는 경향이 농후합니다. 오늘자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뉴스 창에는 <문근영 대학 합격에 이은 문 양의 어머니 사무관 승진 겹경사>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Y 뉴스가 전송한 이 기사의 내용은 `국민 여동생(안티팬들은 이러한 표현을 싫어한다지만 여하간 그리 실렸더군요) 영화배우 문근영(19.광주 국제고3)양이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성균관대학교 인문과학 계열에 합격한 데 이어 문 양의 어머니인 류 모(공무원)씨도 1월 6일 사무관 승진을 했다는 보도였습니다.

광주 S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류 씨는 6급 승진 9년만에 이날 사무관에 승진하는 영광을 안았다는 겁니다. 이어진 기사를 보자니 광주시의 총무과 관계자는 6급 근무 경력과 공적을 면밀히 거쳐 류씨를 사무관 승진자로 결정했다며 "류 씨는 능력있는 공무원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 어떤 동료 공무원은 스타 연예인을 딸로 둔 어머니답지 않게 류 씨는 매사에 겸손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이라는 칭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그분에게 축하한다는 내심을 지니면서 이번엔 인터넷의 백미인 그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댓글은 본문보다 우스워야만 그 가치가 발휘(?)되는 법입니다. 우선 "이것도 뉴스냐?"에서부터 "이제 문 양의 어머니가 사무관이 되었으니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2년 연장되게 생겼다"는 정보(?)까지도 상세하게 알려주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렇게 기사거리가 없어 이딴 걸 올리냐? 문근영이 요즘 한참 욕먹고 있는 상황인데..."라는 글도 보였고 "다른 연예인 부모 소식도 알려줘라"는 다소 비아냥적인 표현도 눈에 띄었습니다. 또한 "제발 이젠 국민 여동생이란 표현은 쓰지 마! 짜증나!"라는 글도 보였으며 "근영 양 좀 이젠 그만 괴롭혀~"라는 두둔성 글도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 기사는 1월 6일 18시 39분에 올라온 것이었는데 1월 7일 08시 31분 현재의 댓글이 자그마치 1009개나 되는 걸로 보아 역시나 문근영 양에게 쏠리는 누리꾼들의 관심은 여전히 지대하지 않은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거개의 댓글들이 엉뚱한 문 양까지도 비난하는 글이 많음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의 인터넷 문화는 채 성숙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속담에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곤 했지만 칭찬은 못할망정 비난 일색이어서야 되겠나 싶습니다.

저도 맨날 어줍잖은 글을 쓰지만 자신의 코드와는 상반되는 시각을 지닌 누리꾼의 저를 비난하는 댓글을 보자면, 그 빈도가 이따금일지라도 글을 쓸 정나미마저 뚝 떨어지곤 합니다.

아울러 때로는 섬뜩함마저 일 정도의 느낌 역시도 속일 수 없습니다. 그러한 고로 저는 어지간해서는 남의 글에 대하여 감 놔라, 대추 놔라 따위의 비난은 안하는 편입니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역시나 비난보다는 칭찬이 좋습니다. 책 제목과 같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 

"나는 큰 소리로 칭찬하고 작은 소리로 비난한다"--러시아 격언에 나오는 말로 마치겠습니다.
기사입력: 2006/01/07 [11:0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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