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시간은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편이 아니다
 
송승호기자
“내가 깬 것은 폭탄주 잔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매너리즘이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후 폭탄주를 망치로 깨는 퍼포먼스를 벌인 자신의 행동이 패러디나 시사만화 소재로 반복되자 최 의원의 음주 성추행 사건을 술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니라고 10일 해명했다. 박 의원은 최 의원은 공인으로서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전제한 후 “술잔을 깨트린 것은 한나라당의 도덕불감증이라는 매너리즘을 깬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그런 행동을 통해 “한나라당의 흐트러진 자세와 무사 안일한 정신상태를 깨부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는 것. 박 의원은 이번 사건은 최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나라당 전체가 뼈를 깎는 자성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 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문제가 전국을 뒤흔든 지가 며칠인가?

아직도 최 의원 본인의 확고한 의지가 불분명하고 한나라당은 마냥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여론만 요란하게 흔들리는 중이다.

엉뚱하게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이해찬 총리의 골프파동만이 연일 상종가를 떄리고 야당과 보수언론은 그것만을 연일 부각해서 부적절한 언론과 정당간의 밀실야합이나 부정한 거래 등에 대한 의혹은 하나도 언급함이 없이 어느새 최 의원 성추행사건은 시간이 정답이라는 과거로부터의 관행에 묻혀가는 느낌이다. 여기에 교묘한 언론플레이가 숨어있는 것이다.

시간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그저 맥없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어느 한 시기를 명백히 기록하고 그것은 언젠가 또 다른 이름으로 부활할 것이다.
여기에 이해찬 총리의 부적절한 골프모임을 옹호함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것은 별개의 사안으로 분명히 짚고 넘어갈 일이지만 최 의원의 경우에는 일이 실종 처리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맥주잔 퍼포먼스나 한광원 의원의 최연희 편들기 글이나 정의화 의원의 심오한 의학적 분석도 시간이 흐른다고 지워지지 않을 최의원사건의 앞가림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박 진의원의 맥주잔 퍼포먼스에 대한 해명을 읽으면서 그의 변명을 십분 이해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논란의 와중에 박 의원의 퍼포먼스가 별반 위력을 가져오기는 커녕 오히려 술을 죄악의 원인으로 규정했던 그 부질없는 퍼포먼스가 오히려 사건을 널리 홍보한 꼴이 되고 말았지만 오늘 박 의원이 말한 바는 한나라당에겐 깊은 의미가 있는 발언이 되겠다.

"한나라당의 도덕불감증이라는 메너리즘" 이라 규정한 박 의원의 지적은 명확한 것이다. 그 명확한 규정만큼이나 명확한 사후대책에 대해서 언급 못한 것이 박 의원의 또 다른 한계라면 역시 그는 한나라당스러움을 벗어나지 못한 인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이 심오한 발언의 뒤에 반드시 있었어야할 최 의원에 대한 국회차원의 제명조치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음으로서 당이 설정한 한계를 넘지 못하고 스스로 또 다른 이미지광고에 몰입한 사람으로 자신을 가두어 버린 것이다.

"한나라당의 흐트러진 자세와 무사안일한 정신상태를 깨부수어야 한다"라는 의미의 퍼포먼스였음을 강조한 박 의원은 차제에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이 무사안일과 도덕불감증이라는 메너리즘을 깨부수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방향제시를 하지 못함으로서 그가 한나라당의 일원으로서 어떤 자세를 취하는 사람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박의원의 발언에 뒤를 이어서 한나라당은 최의원 성추행사건을 좌시하지 말고 즉각적인 국회의원제명이라는 국회차원의 대책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면 그 개인에게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자신이 몸담고있는 한나라당이라는 정당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라는 거대야당과의 깊은 밤 은밀한 모임이 문제되지 않는 정당은 희망이 없는 정당이고 그것이 문제되지 않는 언론은 역시 희망 없는 언론이 되는 것이다. 역시 그런 것이 문제되지 않는 나라라면 그 나라에 희망이 없는 것임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이해찬 총리의 부적절한 골프모임이 계속된 문제의 행동으로 보도되고 사퇴압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과거의 시대에 볼 수 없었던 권력자와 그 핵심에 대한 위력적인 국민의 감시의 눈길이 유효한 현실이라면 그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되겠다. 그러나 그것이 또다른 사안에서는 자신들의 이익과 책임을 회피하기위한 또다른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는 것은 문제 중의 문제가 분명하다.

이 총리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당연한 비판의 목소리만큼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거대야당과 언론간의 깊고 은밀한 유착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보여지기에 오늘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에 대한 유감이 있는 것이다.

기사입력: 2006/03/13 [11:24]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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