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또 하나의 인간세상(4)
블로그도 패거리 문화가 있다
 
안희환기자
안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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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과 진실함을 느끼게 하는 제스나님의 블로그


사람 사는 곳에는 항상 끼리끼리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뿐이라는 생각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고 어떤 모임 속에 자신을 둠으로써 안정감을 누리고 싶어하는 속성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자신과 생각이 통하거나 어떤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쉼과 지지를 얻고 싶어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물론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모이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패거리(꼭 나쁜 의미로 말하는 것은 아님) 문화가 블로그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정치적인 색깔에 따라서 그룹을 형성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정치적인 문제에 민감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정치 문제만 관련되면 흥분도 잘하고 싸우기도 잘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블로그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크게는 진보냐 보수냐로 나뉩니다. 진보는 보수를 향하여 수구꼴통이라 하고 보수는 진보를 향하여 죄악빨갱이라 부르면서 비난하는 현상을 종종 목격합니다. 또 같은 진보끼리 혹은 보수끼리도 서로 나뉘곤 하는 것을 봅니다. 특정한 어느 인물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서로 맞는 사람들끼리 또 다른 패거리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정치적인 것 외에 또 하나의 패거리 문화는 영형력있는 어떤 불로그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별히 두 사람의 영향력있는 블로거가 서로 분쟁 가운데 있을 때 이 둘을 중심으로 다양한 파문이 발생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로를 향해 비방하고 매도하는 가운데 분위기는 점점 악화되고 앙금은 한없이 커져서 건너지 못할 강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럴 때 가장 난처한 사람들은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블로거들입니다. 이쪽에 안부인사를 하며 친한 척 하려니 저쪽이 걸리고 저쪽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려니 이쪽이 걸리는 골치 아픈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라는 말이 잘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지역별로 패거리를 이룬다는지, 아니면 특정 취미별로 패거리를 이루기도 합니다. 관심을 가진 어떤 이슈에 따라 모임이 형성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친해진 사람들끼리 견고한 그룹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한 가지 이상의 패거리들이 얽히고설킨 나머지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패거리 문화 자체를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의 본성상 유유상종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자신과 다른 패거리에 속한다는 이유로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입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을 뒤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무조건 자기 패거리 편만 들고 상대를 공격하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같은 그룹에 속한 여러 사람이 특정한 누군가를 향해 뭇매를 가하는 것은 비열한 모습입니다. 그것은 일종의 집단린치이며 사이버 폭력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혹 논란이 생겼다 하더라도 당사자들간에 토론이나 설전이 진행되도록 주변 사람들은 잠시 머물러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참여하더라도 집단으로는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그룹을 만들거나 속한 후 그 안에서 유익도 얻고 좋은 친교도 나누되 그룹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나 반대편에 해당하는 블로거에 대해서도 보다 넓은 마음으로 대하는 사이버 풍토가 퍼져나가야 할 것입니다.


기사입력: 2006/04/15 [09:51]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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