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순찰대, 사이드카 여걸 5 인방
“서울 시내에서 제아무리 도망가 봤자죠”
 
정진희 기자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이들이 나타나면 도심이 밝아진다


 

 
할리 데이비슨의 육중한 소리와 여경의 모습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행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사진 : 장명섭>


짙은 선그라스와 가죽장화 차림에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나타난 교통순찰대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무슨 사고가 나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여경 교통순찰대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오혜영 경장, 이우진 경장, 김은희 경장, 김세진 순경, 이주은 순경. 이들이 서울경찰청 소속 교통순찰대 여경 5인방이다.

이들이 교통 순찰용 사이드카,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도로에 들어서면 거리의 시선은 온통 이들에게 쏟아진다. 헬멧 선그라스 장화 제복 등 위엄있는 교통순찰대이지만 한눈에도 남자경찰과는 다르다. 배기량 1340cc 오토바이가 내는 육중한 소리와도 묘한 대조를 이룬다.

청와대 앞 길에 이들이 들어서자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렸다. 사이드카에 타보기도 하고, 여경들과 함께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경찰이 권위적인 나라에서 온 관광객 사이 특히 인기다. 중국에서 잡지사를 운영한다는 관광객 쟈승량씨는 “서민과 가까워지려는 경찰의 모습이 좋고, 특히 오토바이 탄 여경들은 대단히 인상적”이라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일본 관광객은 가이드를 통해 진짜 경찰이냐고 묻기도 했다. 마침 시간 맞춰 나타난 꼬맹이들은 사이드카를 타고 청와대 앞을 한바퀴 도는 행운도 잡았다.

권위적인 경찰에 익숙한 외국인은 여경 5인방의 친절한 대응에 진짜 경찰이냐고 묻기도 했다.<사진 : 장명섭>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의 주 임무는 의전과 경호다. 또 교통 혼잡 시간대에는 차량의 흐름을 돕기도 한다. 교통순찰대가 보유한 오토바이 125대 중에 20대가 옆에 한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사이드카다. 여경 5인방도 이 사이트카를 몬다. 청와대 앞에서 방문객들의 안전한 관광을 돕고 친근한 경찰의 이미지를 심는 것은 여경들에게만 추가로 부여된 임무다.  

교통순찰대에 사이드카가 도입된 것은 2004년. 처음에는 남자 경찰이 오토바이를 몰고, 여경은 옆에 동승했다. 그러나 ‘실려’ 다니는 것이 만족하지 못한 여경들이 운전을 하겠다고 나섰고 지난해부터 할리 데이비슨을 모는 여경이 하나 둘 늘게 됐다.   

이우진 경장은 처음 교통순찰대에서 배치될 때는 ‘사이드카 승무’로 선발됐지만, 자전거부터 배워 지금은 남자들도 몰기 벅찬 사이드카를 자유자재로 다루게 됐다.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오후 3시부터 4시 사이에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교통순찰대 여경 5인방을 볼 수 있다.<사진 : 장명섭>

사이드카는 일반 오토바이보다 바퀴가 하나 더 많아 안정적인 것 같지만 운전은 되레 힘들다. 핸들과 몸의 중심을 옮겨 방향을 바꾸는 일반 오토바이와 달리 사이드카는 온전히 두 팔의 힘으로만 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사이드카를 몰기 시작했을 땐 이틀이 멀다하고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멋지게 차려입고 행인과 운전자의 시선을 한눈에 받는 이들이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다. 하루 반나절을 매연 가득한 도로에서 일하다 보니 목은 언제나 칼칼하고, 근무 후 코를 풀면 새카만 먼지는 물론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달리는 오토바이에 미세먼지가 부딪혀 선그라스는 6개월이면 새것으로 갈아야 할 정도다. 또 짙은 화장에도 도시의 매연은 살구빛 피부를 파고든다.

간혹 여경이라고 얕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결국에 본전도 못 찾는다. 21일 아침에도 오혜영 경장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졸음운전을 하는 운전자를 발견했다. 사고를 막기 위해 승용차를 안전지대로 유도하는데 여경이라고 얕잡아 봤는지 지시를 무시하고 도망갔다. 사이드카에 올라탄 오 경장은 두 블록도 지나지 않아 승용차를 붙잡았다.

“서울 시내에서 제아무리 도망가 봤자죠.” 오 경장의 야무진 대답이다.  

도로의 매연, 여경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이 이들을 괴롭히기도 한다.<사진 : 장명섭>

도주차량을 잡는데는 서울 경찰청의 ‘꽃’을 자부하는 이주은 순경도 선수다.
이 순경은 연예인 최불암 씨, 아나운서 황정민 씨 등과 KBS ‘좋은 나라 운동본부’ 프로그램의 공동진행자로 참가하기도 했다. 활달한 성격의 이 순경은 음주운전 단속과 고속도로 근무를 하다 올 3월 교통순찰대에 자원했다. "100km로 달리면 120km로 뒤쫓고, 150km로 도망가면 180km으로 달려 반드시 잡아요. 도망갈 생각은 아예 안 하는게 좋아요.”운전에 누구보다 자신있는 이 순경의 말이다.

매연과 소음 가득한 도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이들이지만 "할리 데이비슨의 묵직한 엔진소리를 내며 거리를 달릴 때가 그래도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교통순찰대 여경 5인방은 "간혹 지나가는 시민이 ‘고생한다’는 한마디면 하루의 피로는 씻은 듯이 없어진다"며 웃었다.    

실려다니는 것이 싫어 스스로 운전대를 잡은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 여걸 5인방 화이팅!
                                                 정진희 기자   kidoktv@naver.com
기사입력: 2006/04/25 [00:0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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