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도 권위도 없는 정부
 
안희환기자
소신도 권위도 없는 정부/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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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회의라는 단체는 정부도 군인도 인정하지 않는 폭력집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한 나라 안에 속해 있으며 군인들의 보호를 입고 있으면서도 국가의 권위를 무시하고 군인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 사람들인가 하는 의문도 생기는 것입니다.


이들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이유를 대지만 정작 국가의 약속이나 권위는 우습게 여기고 있습니다. 미군기지 이전은 최근에 갑자기 결정된 것도 아니고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도 아닙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신중하게 이루어진 외교적 약속인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이 그 모든 것을 백지화하려는 시도는 그들이 국가 위에 존재하는 이들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이런 와중에서 나온 한영숙 총리의 대국민 호소문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호소문이 감성을 자극하는 수필도 아닐진대 이번 사태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나지 않고 그렇다고 반대로 이번 일에 대해 지지를 하겠다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가슴 아프다는 식으로 되풀이 되는 호소문은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입으로 평화적 해결을 말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폭도들처럼 함부로 폭력을 행사하며 공권력을 무시한 이들에 대해 단호하게 입장 표명도 못하는 한총리의 모습은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난제들을 풀어나가는 꼭 필요한 담력 혹은 용기가 없는 사람처럼 비춰집니다.


적어도 총리라면 대통령을 제외하면 행정의 수반같은 역할을 하는 위치인데 공권력이 유린당하는 상황에서도 말 한마디 못하고 있으니 앞으로 계속 무시당한다 해도 남을 탓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징징거린다고 달래기만 하다가 여차하면 사탕을 물려주는 부모는 아이들의 이빨을 몽땅 썩게 만들진대 현 정부가 바로 그런 꼴입니다.


어차피 경찰이 평택 집화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중대 2만여명을 배치하기로 했다면 이번 기회에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쐐기를 박아야할 것입니다. 광화문 집회나 평택 가는 고속도로 톨케이트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에 대한 처벌을 분명히 해줄 것도 요청하는 바입니다.


만약 또 다시 불법이 자행됨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두리뭉실하게 넘겨버린다면 앞으로 공권력을 무시하는 행위가 계속 이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을 막을 어떤 당위성도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 스스로의 권위를 스스로가 무너뜨리며 소신도 보이지 못하는 현 정부는 그 태도를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는 한 확실하게 외면당하는 정부가 되지 않겠습니까?.


또한 지금 모든 관심이 5.31 지방 선거에 가 있는 듯이 보이는데 이번 평택 집회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상당한 타격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어차피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 훤히 보이지만 그 잿밥이 목에 걸려 질식시킬 수도 있음을 알려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사입력: 2006/05/13 [09:1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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