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는 왜 만들었는가?
사교육의 屋上屋인가?
 
송승호기자
사교육 뺨치는 ‘방과후 학교’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과 저소득층의 교육격차해소를 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방과후 학교의 일부 프로그램 수강료가 사설학원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8일 상대적인 고가 수강료,황제 보충수업,학원과 이면계약 등 방과후 학교 탈선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6월초부터 대대적인 현장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직접 참관할 정도로 방과후 학교의 모범사례인 서울 봉천동 인헌중학교가 운영하는 ‘강감찬 학교’의 초·중학생 대상 원어민영어 수강료는 5시간 수업에 월 10만원이다. 동작교육청 관내 영어학원의 2005년 주 5시간 평균 수강료 7만8700원∼9만1800원보다 비싼 것이다. 인헌중 인근 J학원과 D학원의 주5시간 영어 수업료는 각각 7만원과 9만원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인헌중의 원어민영어 수업의 경우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면제혜택이 전혀 없다. 이 학교 학부모 김모(42·여)씨는 “저소득층 학부모들은 자녀 영어공부를 위해 월 10만원조차 쓰기 힘들다”면서 “사교육의 불평등이 공교육인 학교까지 이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20060518sch.jpg교육문제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들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실험되고 있지만 딱히 묘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교육이라는 개념을 상품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자본주의 국가에서 막을 수 없는 일이고 보면 시장에서 생산되는 각양의 상품들에는 저마다의 기준에 의한 가격이 있을 것이고, 그 가격에 따라서 혹은 거품이 있겠으나 상품의 질은 다소 차이가 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다 좋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고, 다른 쪽에서는 과히 화려하지 않지만 실속형 상품을 만들어서 기능과 효율은 비슷하지만 상품의 포장이라든지, 유통과정의 마진폭을 줄이고 광고비를 아끼는 등의 원가절감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전략도 요즘같은 어려운 경기속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기도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취지는 과도한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필요한 학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상당한 학습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었을 터이다.
그러나 그 본래의 취지는 오간데 없고 학교라는 공신력있는 간판을 이용한 상술이 버젓히 활개를 치는 것은 이 방안의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02806615_20051104.JPG
 
인헌중학교의 강감찬 학교다. 대통령부부가 참관하고있다.
 
실례로 거론된 중학교의 경우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딸과 아들이 다니게될 가능성이 높은 학교고 거리도 걸어서 몇분 걸리지 않는 곳에 있다. 이 지역의 경제적인 수준을 말하라면 과거의 경우는 상당한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이들이 많았고 전반적으로 소비수준도 여타의 비강남권에 비해서 약간은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대규모 다세대 빌라들이 신축되면서 지역의 경제수준은 예전만 못한 것이 분명하다. 젊은부부들의 유입과 취학아동이 급증하면서 교육상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지만 域內의 소비수준은 10년 전보다 훨씬 못한 것이 현실이고 보면 교육비에 대한 부담은 여간 만만한 것이 아니다.
 
지역의 재래시장도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의 증가가 둔화되고, 지출의 규모는 날로 줄어드는 것이 지역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꼽히는 지역 중학교의 방과후 학교에서 수업하는 비용인 인근의 사설학원에 비해 비싸다는 것은 이 제도의 도입목적과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일뿐 아니라 오히려 방과후 학교가 지역의 사교육비를 덩달아 올리는 촉진제가 될 것으로 보여서 심난한 마음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교육의 경쟁이 치열하고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한 잣대로 굳어진 현실에서 공공의 목적을 가지는 방과후 학교에서 域內의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여타의 면제나 감면의 혜택이 없이 사설학원보다 비싼 가격에 운영된다니 그야말로 경제력이 없는 경우는 아예 교육의 경쟁에서 떨어져 나가라는 말로 보이기에 안타까운 것이다.
 
교육기회의 균등과 사교육비의 과도한 지출을 막기위한 취지에서의 운영이라면 다시한번 운영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방과후 학교는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올 3월부터 전국 초·중·고교로 확대돼 5월 현재 전국 99%의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통령은 지난 4일 “방과후 학교는 공교육을 되살리자는 것이며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했던 것인데 공교육의 현장에서 사교육비의 과도한 지출을 부추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20060518_03_02.jpg
 
여기에는 학교가 운영의 주체가 되지 않고 외부 사설학원과의 이면계약을 통한 또다른 사교육의 場을 만들어주는 편법이나 편리성에 기댄 겉치례 교육행정의 폐단이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원과 사교육기업 등이 방과후 학교에 참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장과의 이면계약을 통해서 버젓히 학교를 학원의 연장으로 만드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있다.
 
서울 공항동 송정중학교는 지난 겨울방학동안 월 18만원대의 영어·수학·논술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논란을 빚자 지난 3월 자진 폐강했다는 언론기사도 있고, 일부의 학교에서는 우수한 학생들만을 모아서 집중지도하는 이른바 황제교육도 횡행한다니 경제적인 능력이 최상위권에 들지 못하는 한 사람의 학부형으로서 난감한 마음과 더불어 자괴감이 동시에 밀려드는 괴로운 방과후 학교에 대한 단상이다.

기사입력: 2006/05/20 [09:0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