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주의자들에게 고함
 
안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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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진보니 보수니 하는 분명한 개념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계속해서 글을 쓰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수적인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또 내 스스로 생각해보아도 보수적인 입장에서 글을 쓰는 이들이 진보적인 입장에서 글을 쓰는 이들보다 더 편안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어디까지가 보수이고 어디까지가 진보냐 하는 근원적인 문제가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나 자신을 보수라 평하니 그렇게 받아들이고 글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일단 내 자신이 보수적인 사람이라는 기준을 정한다면 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들이 또한 보수 쪽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진보 쪽에 해당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100% 일치하진 않는다 해도). 재미있는 사실은 나에 대한 양쪽의 평가가 극에서 극으로 나뉜다고 하는 것입니다. 확실히 사람은 자기 입장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고를 가진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매몰찬 점수를 주는 모양입니다.

지금 이야기를 하고 싶은 대상은 내게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보수 쪽에 해당하는 이들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공격적인 표현을 일삼은 진보 쪽에 해당하는 이들에 대한 것입니다. 일단 한 마디로 압축하여 표현한다면 그들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진보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다주며 나로 하여금 진보라고 하는 이들에 대한 불신감을 두텁게 만들어준다고 하는 점입니다.

물론 진보라고 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내가 말하는 논리를 동일하게 적용시키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 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은 알아서 할 일이고 아무튼 나로서는 내가 왜 점점 진보라고 하는 이들에 대해 실망과 불신을 더 가지게 되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진보에 해당하는 모든 이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그 가운데서도 너무나 훌륭한 사람들이 있음을(소수이지만) 분명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내가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되었던 글을 기억합니다. 전교조에 대해 비판하는 글과 뉴라이트 운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이었습니다. 그 글을 올리자마자 정말로 거친 공격이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머리가 모자라다느니, 공부 좀 하라느니, 생각은 하고 사냐느니 하는 이상한 표현들이 댓글로 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보다 심한 욕설과 반말의 표현들이 있지만 그것들에 대해서는 차마 인용하기 민망해서 그만 두려고 합니다.

나는 그런 반응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설혹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글이라 할지라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상대방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사고가 다르구나 하며 지나가면 될 일인데 왜 그렇게 인신공격을 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고 항변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내 나이가 밝혀지면서 자신들보다 연상임을 안 후에도 함부로 반말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자신들의 형이나 선배에게도 수틀리면 그렇게 막나가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특별히 나를 혼란하게 만든 것은 여러 사람들이 한 패가 되어 집요하게 언어폭력을 행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진보주의자로 자처하면서 사회적인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핏대를 올리며 보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정작 자신들의 이론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소수를 향해 다수의 폭력을 과감하게 행사하는 모순점을 진보라 하는 이들에게서 보게 되는 것입니다. 상당히 포용성을 가진 듯 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견해에 따르는 소수나 약자에 한한 것이지 자신들에 반하는 소수나 약자에게는 무자비한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이건 아닌데 싶은 또 한 가지는 비판에 대한 수용이라는 차원에서 드러납니다. 진보라 하는 이들은 비판의식이 상당히 강합니다. 기득권층에 대해서 날선 검처럼 예리한 필설을 휘두르며 종횡무진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이 비판받는 것은 못견뎌하고 분노하며 싸우자고 덤비는 일이 많았습니다. 자신들은 날을 세워 공격을 해도 되고 정작 자신들은 공격받지 않아야 한다는 억지 논리를 보게 되는 상황들이었습니다.

만약 탁월한 실력과 인격을 갖춘 몇몇 진보 논객들을 보지 못했더라면 나는 진보라는 것 자체에 큰 환멸을 느꼈을 것이고 아예 등 저버리고 말았을 것입니다(이것 가지고 또 말꼬리 잡을 것 같습니다만). 그러나 상당수의 어설픈 진보 논객(?)들 때문에 우리나라 진보의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은 아직까지도 변화가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나로 하여금 진보도 상당 부분 인정하게 만드는 멋진 진보 논객을 많이 만나보고 싶습니다.

유치하게 또 종교 들먹이며 이 글과 상관 없는 내용으로 비판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합니다. 무리한 기대라 생각하지만도...

기사입력: 2006/06/09 [12:17]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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