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 너무 지나치다
 
안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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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나라 곳곳에서, 아니 세계 곳곳에서 월드컵의 열기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월드컵 외에는 아무 것도 보지 않고 아무 것도 듣지 않기로 작정한 것처럼 사람들의 눈과 귀는 월드컵 소식에 집중되어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축구가 뭐길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나 자신도 2002년도에 흥분에 빠져있던 것을 기억합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거리로 뛰쳐나가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에 동참한 것입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서로 손을 흔들며 반갑게 승리를 기원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4강이라는 기적같은 결과를 보면서 온 국민이 하나되는 모습에 감격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뜨거워지는 월드컵 열기는 보면서 이렇게까지 축구에 열광할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운동경기는 축구만이 아닙니다. 야구도 있고 배구도 있고 농구도 있고 그 외에 그다지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많은 종류의 경기들이 있습니다. 그런 경기의 선수들 역시 축구 선수들 못지 않게 땀과 눈물을 흘리며 연습을 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월드컵 시즌이 되면 그들 모두는 마치 잊혀진 존재처럼 되어 버리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월드컵 경기 중에 다른 종목의 경기가 펼쳐질 경우 확실하게 찬밥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이상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5.31 선거 이후에 새롭게 선출된 공직자들이 구청장으로 시장으로 혹은 각기 다른 직책을 가지고 각 지역을 이끌어 나가야하는 상황입니다. 국민들은 이 일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공약을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 감시도 하고 잘하는 점들을 격려도 해야할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은 축구공 하나에 몰려 있는 것 같습니다. 구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히딩크 감독이니 태극전사니 일본이 졌다느니 토고전이 어떻게 될 것 같다느니 하는 것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월드컵 경기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은 나 한 사람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 가지만 더 생각해 보아도 월드컵 광풍에 우려의 마음이 생깁니다.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장막에 가려진 수많은 이슈들은 지금 땅 속 깊은 곳에 숨어버렸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실책도 지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관심도 다 사라져버린 것 같습니다. 북한이라는 나라(?)도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이 국민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노동 운동이나 시민운동도 방학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입니다.

나는 월드컵에 다 쏟아버린 정신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응원도 하고 승리할 경우 기뻐하기도 해야겠지만 축구공 하나에 올인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8강 혹은 4강에 들 경우 그만큼 국익에 도움이 되겠지만 축구에 올인할 경우 놓치게 될 많은 것들은 그만큼 국익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월드컵 기간 중 손을 놓고 있다가 월드컵이 다 끝난 후 허탈한 심정으로 뒷수습을 하는 일들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지나친 월드컵 열기로 오히려 상실감과 소외를 느낄 많은 사람들도 있음을 기억하여 그들에 대해 배려하는 모습도 필요할 것입니다.

기사입력: 2006/06/13 [10:4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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