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탄압의 舊態를 권장하는 행자부
아직도 유효한 색깔론
 
송승호기자
 
부당노동행위에 행자부가 선봉을 선다?
 
행정자치부의 공무원 노사관계 교육 실시 지침에 따라 강원도청이 주관한 시·군·구 5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 대상 강의에서 강사가 “노조는 빨갱이”라는 등 시대착오적 내용으로 교육을 한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 강사는 지난해 교육부 교직단체지원과장으로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노조와의 단체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인사여서,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지난 2월21일 강원도 주최로 강원지방 공무원교육원에서 진행된 ‘공무원 노사제도와 단체교섭의 실제’라는 90분 분량의 교육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와 녹취록을 15일 공개했다. 강사를 맡았던 이아무개 한양대 초빙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이놈(전교조)들은 질이 아주 나쁘다” “공무원과 선생 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 강한 조직으로 들어간다” “노조는 막말로 빨갱이다. 좌파다” “필요한 것은 정보이기 때문에 첩자가 필요하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노조 폄하는 물론 사실상 불법적 부당노동 행위에 해당하는 대응을 부추기는 발언들이다.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살아가는 것인가?
 
국가기관이 직접 주관하는 행사에서 법이 정한 노조에 대한 이같은 불학무식하고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한 사람이 대학교 초빙교수라니 어이없는 것은 당연하고 기본적인 양식의 틀이 어떤 구조인지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강연의 제목은 공무원 노사제도와 단체교섭의 실제 라는 아주 그럴듯한 것인데 내용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삼권에 대한 부정을 서슴없이 강연의 내용으로 한 것을 보니 이게 羊頭狗肉이 틀림없다.
 
이 강사의 발언주제가 요망하기도 하거니와 그 발언의 내용들이 더욱 가관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이놈(전교조)들은 질이 아주 나쁘다” 라는 시정잡배들이나 쓰는 말을 공공장소에서 여과없이 이용한 것등은 삐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인식이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까발린 것이다.
“공무원과 선생 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 강한 조직으로 들어간다” 이 말은 또 무슨 망발인가? 그러니까 강사의 시각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은 직업도 선택할 권리가 없는 것인가?
“노조는 막말로 빨갱이다. 좌파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나 있는 노조가 빨갱이고 좌파라는 말이 되는데, 강사의 수준이 이정도면 흔하디 흔한 일반인들의 수준은 어느정도라는 것일까?
“필요한 것은 정보이기 때문에 첩자가 필요하다” 아주 프락치를 적극 권장하는 내용인데 강사는 어느시대 사람인지 궁금하다.
 
전체적으로 강사의 발언내용을 보면 이 사람은 전형으로 노동조합이란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노조를 파괴하려는 의사를 가진 사람인 동시에 舊시대에나 있었을 프락치를 이용하는 것까지 강조하는 2006년에 사는 1900년대 사람임에 분명하다.
 
공무원 노조에 관련된 고용자와 피고용자간의 대화와 타협과 협력의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이 강연의 주된 목적이었다면 국가기관이 주최한 강연장에서 이런 망발을 자행한 사람에 대한 혹독한 뒷처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어찌보면 강사의 돌출적인 발언이라 넘길 수 있겠지만 주최한 측이 행정자치부란 점에서 강사의 발언과 행정자치부의 견해에 대해 일치점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만약에 정부가 그런 의식을 가진다면 정부 스스로 노동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정부가 앞장서서 이런 시대착오적인 의식을 선전하고 강조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인지 국민의 비판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행자부에서는 강사의 강연내용에 대해 개인적인 실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미 지난해 군산에서 진행된 행자부 주최 워크숍에서도 동일한 주제로 강의를 한 것으로 밝혀진 사람을 또다시 강사로 세운 것은 행자부의 고의성이 다분한 것이다.
 
색깔론에 부당노동행위를 강조하는 등의 발언이 서슴없이 부추기는 것이 다수의 상식적인 사람들에게 호응받지 못할 것이 뻔하지만 호응의 정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식의 후진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공무원노조는 물론이고 일반 노동현장의 노조들에게 어떤 논리로 대화하고 협상할 것인지 아찔하다.
 
사라져야 할 舊態의 부활이고, 의식의 後進이라는 점에서 불쾌할 뿐 아니라 이것을 행자부가 주도했다는 것이 더욱 유치한 것이라는 점에서 유감천만한 일이다.

기사입력: 2006/06/16 [09:47]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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