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그리워하시는 할머니
 
안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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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칠임 할머니는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의 권사님이십니다. 연세가 68세이신데 중풍으로 두 차례 정도 쓰러지신 후 많이 약해지신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멋진 할머니이십니다. 목소리는 지금도 거의 아가씨 수준에 가까울 만큼 맑은 소리를 내시는데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놀라곤 합니다.

김칠임 할머니는 자녀들이 아직 어릴 때 남편을 잃었습니다. 남편에게는 병이 있었는데 그 병이 심각한 정도여서 머리 한쪽이 주저앉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귀에서 물이 쏟아질 정도였으니 머리 안에서부터 썩어 들어가는 끔찍한 병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그런 남편을 먼저 보내고 다섯 명의 자녀들(딸 넷과 아들 하나)을 잘 키워냈으니 참 대단하신 분입니다.

사실 웃으면서 가볍게 말씀을 하셔서 그렇지 김칠임 할머니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는 불을 보듯이 뻔합니다. 부부가 함께 벌어도 다섯 자녀를 키우려면 큰 고생을 해야 하는데 여자 혼자 몸으로 키워야했으니 그야말로 눈물의 세월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들을 키우던 지난날의 이야기를 하실 때면 생기가 도는 할머니이신지라 참 불가사의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별히 내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것은 김칠임 할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의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워낙 오래전 일이고 끔찍한 병으로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남편 이야기를 하는 김칠임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그리움이 베어있는 것입니다. 너무 좋은 분이었다고 말하며 지금도 보고 싶다고 말하시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집니다.

세월이 가면 정말 뜨겁게 사랑하던 사이도 찬물을 끼얹은 듯이 식어버리곤 하는 세상인데, 황혼이혼이라고 해서 뒤늦게 이혼하는 어르신들 소식을 듣곤 하는데,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도 남편을 보고 싶어하는 김칠임 할머니. 저런 마음을 풍랑이는 세상의 한 복판을 걸어오신 할머니도 가질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참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문득 엉뚱한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정말 엉뚱한 생각인데 만약 내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 내 아내는 어떤 추억을 마음에 담아두고 살다가 인생 노년에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억할까 하는 생각입니다. 왠지 피식 하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없습니다. 남편이 먼저 떠나가고 나니 힘들기는 하지만 편한 면도 많았다고 할까봐 걱정입니다. (아이 셋을 키운다고 하니 말입니다. 아들은 둘인데)

남과 남이 만나 그 누구보다 가까운 부부가 되고 그렇게 한 평생 살을 맞대고 살아가다가 세월이 지난 후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행복한 인생일 것 같습니다. 가만 보면 나는 아내에게 추억거리 하나 제대로 만들어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고민을 해서 적어도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이나마 추억거리를 만들어야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 손자 한명이 세상에 태어날 것을 기다리고 계신 김칠임 할머니. 그 연약한 몸으로 갓 태어난 손자를 쓰다듬으실 모습이 미리부터 눈에 선합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시는 아름다운 김칠임 할머니. 오늘 하루도 건강하시고 날마다의 삶 속에서 행복이 넘치시기를 기도해봅니다. 김칠임 할머니 파이팅. ^0^ 

기사입력: 2006/07/11 [10:15]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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