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싸움이 이리 많은지?
 
안희환기자


웬 싸움이 이리 많은지 /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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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어울리다 보면 좋은 일들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때로 좋지 않은 일들도 생깁니다. 사이좋게 지내게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충돌을 겪게 되는 사람들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은 채 살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없지 않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지구를 떠나거나 무인도에 머물지 않는 한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사회라는 공간 속에서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이 다투기도 하고 그 때문에 마음 상하기도 하고, 감정이 생겨서 한 동안 상대를 미워하게 되기도 하고, 그런 마음으로 상대를 보면 좋은 것도 왜곡된 상태로 받아들이게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면적 작용에서 자유롭다고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인터넷 상에서도 현실적인 세상 못지않게 동일한 내면적 작용이 나타난다고 하는 점입니다. 얼굴도 모르고 상대가 사는 곳도 모르고 무언가 물리적인 해를 줄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좋아하는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서로 헐뜯고 미워하는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모습이 개인 대 개인으로서가 아닌 그룹 대 그룹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상의 온갖 감정적인 요소들은 나 스스로도 많이 겪어보았습니다. 정말 고마운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분도 있었고, 필명만 보아도 반가운 마음에 기쁨이 생기는 분도 있었습니다. 정말 박식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주는 분도 있었고, 신선하고 예리한 글로 정신을 확 일깨워주는 분도 있었습니다.


반면에 무척 교만한 태도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모습으로 마음을 불쾌하게 만드는 분도 있었고, 인신공격의 글로 인해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자신도 논리적이지 않으면서 논리를 무척 따지는 분도 있었고, 패거리를 지어 공격하는 야비한 태도를 보이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좋아하는 분들에 대한 호감은 점점 커가는 반면에 나를 힘들게 했던 분들에 대해서 미워하는 감정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싸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입니다. 뭐 가장 재미있는 것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는 말이 있지만 인터넷상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하다 보니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가만 보면 진지하게 토론에 동참하기보다는 호기심 채우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패거리가 형성이 되면 옳고 그름은 떠나버리고 감정싸움의 흙탕물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그럴 때면 너나없이 지저분해져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들은 나 스스로도 겪어보았고 또 다른 이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는데, 자신이 겪는 것이든 타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든 둘 다 씁쓸한 기분이 되게 만듭니다. 아마 그런 마음을 가졌던 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릅니다. 맹수들과 달리 이성이 있어서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존재가 사람인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무엇이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 추론해낼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인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 사람이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되는데 앞서 말햇듯이 짐승처럼 물고 뜯는 모습을 볼 때와 그런 모습을 재미있다고 구경하며 싸움을 부추기는 사람들을 볼 때입니다.


아무리 봐도 인터넷 문화는 정화작용을 거쳐야 합니다. 정 필요하다면 실명제라도 해서 비뚤어진 싸움문화가 인터넷의 보편적인 문화가 되지 않도록 쐐기를 박아야 합니다. 바람직한 인터넷 문화가 자리잡은 후에 다시 실명제를 내려놓더라도 말입니다. 또 가능하다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범위 내에게 인격적으로 모독을 주는 글이나 깊은 상처를 주는 글에 대해 적절한 제재조치를 취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싸움판이기에 기하급수적으로 조회수가 늘어나는 인터넷 문화가 아닌 워낙 글이 좋고 깊이가 있어서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느는 그런 인터넷 세상이길 소망합니다. 온갖 오물을 쏟아내어 함께 냄새를 뒤집어쓰는 인터넷 문화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덕담도 하고 때론 격렬한 토론을 통해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는 인터넷 문화이길 소망합니다.


기사입력: 2006/07/14 [14:54]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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