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어부지리의 진짜 유래
 
안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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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한 옛날에 숲속에는 백수의 제왕인 호랑이가 살았습니다. 얼마나 덩치가 크고 무시무시했던지 숲속의 동물들은 그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야만 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동물들은 감히 호랑이 앞에 나서지도 못한 채 숲을 떠나 여기 저기 살 곳을 찾아다녀야만 했습니다. 날카로운 발톱과 무쇠도 끊을 듯한 이빨은 바라만 보아도 주눅 들기에 충분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숲속에는 호랑이 말고 강력한 존재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사자였습니다. 이 사자는 기품있게 생겼으며 다른 사자들과 달리 점잖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휘날리는 사자의 털은 뭇 동물들의 우러름을 사기에 충분했으며 호랑이 역시 그런 사자의 모습에 마음을 열게 되었고 함께 숲속을 꾸려나가자고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자는 호랑이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둘은 사이좋게 숲속의 제왕으로 군림하였습니다.

문제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이란 녀석이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글쎄 방정맞은 엉덩이를 움직이더니 호랑이와 사자 사이를 이간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호랑이는 사자보다 먼저 왕노릇하던 자신을 몰라주는 사자를 건드리기 시작했고 사자는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에 호랑이를 기습하여 숲속에서 쫓아보내고 말았습니다.

숲속에서 왕노릇하던 호랑이는 자신이 그런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고 한 동안 작은 동물조차 사냥하지 못한 채 숲 주의를 어슬렁거렸습니다. 그러나 호랑이는 곧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이전에 숲속을 떨게 했던 우렁찬 소리를 내면서 사자에게 경고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더구나 원래 있던 숲 말고 또 다른 숲을 찾아내었기에 더욱 기세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먼저 있던 숲속에서 분란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의리가 있어야지 어떻게 우리가 섬기던 호랑이를 그렇게 쫓아 보낼 수 있는 거야?”여기저기에서 사자 눈치를 보면서 아우성입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사자의 눈 밖에 나서 추방을 당하는 동물들도 생겼고 눈치껏 숲속에 남아 있으면서 호랑이에게 유리한 소문을 내는 동물들도 생겼습니다. 그러는 동안 대다수의 동물들은 일이 어떻게 되나 긴장한 채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호랑이와 사자와의 싸움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치듯이 충돌하는 일들이 발생하였고 양진영의 다른 동물들에 의한 대리전도 벌어졌는데 소식을 전하던 사슴의 뿔이 부러졌느니 첩보원으로 잠입했던 두더지가 돌부리에 코를 부딪쳤느니 하는 어수선한 소리들이 들려왔습니다. 하이에나 한 마리는 그 와중에 자기 자리를 분명히 해보려고 기회를 엿보다가 다리 하나가 부러졌다고도 합니다.

마침내 싸움은 정면충돌의 상황이 되었고 호랑이와 사자의 한판 승부로 결정지어야만 했는데 둘은 어느 날 맞장을 떠서 모든 것을 결판내기로 하였습니다. 장소는 이쪽 숲도 불안해서 안 되고 저쪽 숲도 불안해서 안 되니 차라리 둘의 기득권이 없는 숲속 저 끝의 바닷가에서 결투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다른 동물들이 일어나기 전 이른 시각에 호랑이와 사자는 바닷가에서 만났고 죽도록 싸우다 둘다 쓰려져버렸습니다.

한편 그 바닷가에는 몸이 왼편으로 기운 어부가 살고 있었는데 아침 일찍 그물 상태를 점검하러 나왔다가 바닷가에 널브러져 있는 호랑이와 사자를 보았습니다. 평소에 이 둘을 무척이나 무서워해서 날아다니는 사자나 호랑이 털만 보아도 도망가던 어부였는데 그날따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도망도 가지 않은 채 살그머니 호랑이와 사자가 쓰러져 있는 곳까지 다가갔습니다.

뜰망에 달린 작대기로 호랑이를 한번 건드려보고 사자를 툭툭 쳐 본 후 아예 바짝 다가가 발로 밟아보던 어부는 수레를 가져와서 사자와 호랑이를 실었습니다. 수레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부에게는 꿈이 생겼습니다. 비록 왼쪽으로 기울어진 불구의 몸이기에 괄시를 받곤 했지만 이젠 눈치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부는 집에 가져간 호랑이의 가죽을 벗겨 호피 옷을 만들어 입었고 까짓 거 겨울이 올테면 와보라고 큰소리를 치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사자는 박제를 만들어 집 앞에 세워두었는데 그게 얼마나 좋은 역할을 하는지 다른 동물들이 어부의 집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어부는 행복했습니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운 덕에 어부지리를 하게 된 것입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어느 날 바닷가를 산책하던 임금님이 어부로부터 호피와 박제 사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호랑이는 왕의 몸에 둘러진 채 뭇사람들의 경배를 받는 위치에 오르게 되었고 사자는 왕좌 옆에서 그처럼 경배를 받는 위치가 되었지만 아쉬운 점은 생명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어부는 호피와 박제사자를 임금님께 상납한 후 엄청난 저택과 재산을 하사받은 후 자손대대로 잘 먹고 잘 잘았다고 합니다.

기사입력: 2006/07/22 [11:24]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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