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한국 정치를 보며
 
안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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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글이면서 동시에 교훈적인 글이 있어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황제 악바르의 이야기입니다.

황제 악바르의 궁전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는 어리석은 미신이 퍼져 있었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행운이 되거나 불운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아침에 만나는 첫 사람의 얼굴이 행운상이면 하루 종일 그 사람을 보는 사람은 재수가 좋고 불운상이면 그 사람을 보는 사람이 하루 종일 모든 일이 비비꼬이게 된다는 미신이었습니다.

악바르 대제는 이런 미신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허무맹랑한 소리이기에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미신이 황제 악바르의 뇌리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아니라 생각하면서도 자꾸 듣다보면 솔깃해지는 천박함이 황제 악바르에게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 날 황제 악바르는 아침 일찍이 일어나 왕궁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때 그는 가난한 세탁업자가 야무나강에서 옷을 빨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악바르는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아침 일찍 세탁업자를 본 것이 좋은 징조인지 불길한 징조인지 잘 모르겠는 걸.’ 그런 생각은 은연중에 미신이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증거였습니다.

그 세탁업자는 우연히 성을 흘낏 한번 쳐다보다가 창문가에 서있는 황제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황제의 얼굴을 보았다는 사실에 기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황제는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섰습니다. 그 아침 이후에 황제 악바르는 발목을 삐었습니다. 왕실 전의들이 달려와 기름과 연고를 발라 부기를 갈아 앉히려 했지만 걸을 때마다 아팠습니다.

황제 악바르가 정원에 나갔을 때 한 가지 일이 더 생깁니다. 매우 아름다운 장미를 발견한 황제 악바르는 그 꽃으로 허리를 숙였는데 벌 한 마리가 그의 손을 쏘아버린 것입니다. 손을 금방 퉁퉁 부어올랐습니다. 그 광경은 본 수행원이 한 마디 했습니다. “되게 불길한 날이군. 폐하가 정원에서 벌에게 쏘이다니.."

황제 악바르는 그 소리를 듣고 깊이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했습니다. "내가 오늘 처음 본 사람은 강가에 있는 세탁업자야. 그가 나의 하루를 망쳤단 말인가? 그가 불길한 얼굴을 가졌던가?" 황제의 비위를 맞추려는 어떤 귀족이 황제의 말을 듣자마자 맞장구를 쳤습니다. "맞습니다. 폐하."

곧 이어 황제에게 잘 보이려고 안달이 난 귀족들의 맞장구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그 세탁업자의 불길한 얼굴이 폐하에게 고통을 가져왔습니다."
"요사한 그에게 고통이 있기를!"
"그의 불길한 얼굴을 쳐다보는 이가 다시는 없기를!"
"그를 살려 두어서는 절대 안 돼!"
"그같이 다른 사람에게 불행을 가져오는 이는 당장 능지처참을 해야 해."
"사형에 처하라."
"존귀하신 폐하에게 고통을 안겨다 주었으니 그는 죽어 마땅해. 전부 그의 잘못이야. 그를 죽여라."

이제 곧 세탁업자는 죽을 목숨이 되었습니다. 왕의 마음이 세탁업자를 죽이는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지혜로운 비르발이 나타났습니다. 궁중 음악가인 탄센은 무리들 사이에 서 있다가 비르발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는 곧 비르발을 한켠에 끌고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비르발은 깜짝 놀랐습니다. 미련한 귀족들의 아우성 때문에 선량한 백성 하나가 죽임을 당할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황제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폐하, 폐하의 상처에 대해 듣고 심히도 슬퍼하였나이다." 비르발을 신임하고 있던 황제 악바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습니다. "말하게, 비르발. 우리가 이 재수 없는 세탁업자의 교수형에 처해야 하나?"

비르발은 황제 악바르에게 말했습니다. "재수 없다고요? 폐하는 그의 얼굴을 보고 다리가 삐고 벌에 쏘였습니다. 그러나 폐하. 그 세탁업자는 오늘 이른 아침에 폐하의 얼굴을 보고 그의 생명을 잃게 되었습니다. 둘 중 누가 더 재수 없는 얼굴을 가졌습니까?"

황제 악바르는 잠시 동안 비르발을 뚫어지듯이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미소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를 깨달은 것입니다. 그는 비르발에게 말했습니다. "자네가 옳아. 비르발경! 이것은 정말 바보 같은 미신이야." 결국 세탁업자는 비르발이라는 지혜롭고 충성된 사람 때문에 목숨을 건지게 되었고 황제는 더 이상 어리석은 미신에 사로잡히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첫째로 통치자가 어리석으면 엉뚱한 사람이 죽겠구나 하는 것입니다. 사실 세탁업자의 잘못이라고는 황제를 보고 반가운 나머지 절을 올린 것뿐인데 어리석은 황제는 자신을 아끼고 존경하는 백성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뻔한 것입니다. 통치자가 어리석으면 국민들이 고생이라는 점에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일한 것 같습니다.

둘째로 어리석은 통치자 곁에 있는 어리석은 참모들은 통치자에게 재앙이나 다름없구나 하는 것입니다. 귀가 얇은 통치자는 여러모로 문제가 있는데 특별히 그 주변에 아부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을 때 통치자는 확실한 귀머거리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사실 자신이 조금 모자라도 주변에 지혜롭고 충직한 참모진이 있으면 모자람이 어느 정도 커버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셋째로 지혜롭고 충성된 참모 하나가 어리석고 감정적이며 자신의 자리에나 연련하는 참모들 한 트럭보다 낫구나 하는 것입니다. 비르발은 사실 목숨을 걸고 직언을 한 것입니다. 사실 비르발처럼 생각한 사람은 비르발 말고도 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서 황제에게 직언을 한 사람은 비르발 뿐입니다. 이런 참모를 얻을 수 있다면 삼고초려가 아닌 십고초려라도 해야할 것입니다.

넷째로 현실상에서 비르발 같은 사람을 곁에 두고도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통치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악바르는 다행히 비르발의 충언에 귀를 기울였지만 악바르보다 못한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충언 자체가 듣기 싫어서 그런 사람을 곁에서 물리치거나, 곁에 두어도 그 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거나, 말하게 하더라도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 불상사도 가능한 것입니다.

지혜롭고 국민을 사랑할 줄 아는 통치자, 정말 들어야 할 소리와 듣지 말고 외면해야 할 소리를 똑바로 구분할 줄 아는 지도자, 자신에게 쓴 소리를 해줌으로써 잘못을 바로잡게 해주는 사람을 아낄 줄 아는 리더, 차라리 자신이 손해를 보고 피해를 볼지언정 자기 하나를 위해 국민들을 희생시키지 않는 정치인이 너무나도 아쉬운 시절입니다.

기사입력: 2006/07/28 [09:57]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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